뒷맛 개운치 않은 '세무사 시험 뒤처리'
국세청이 5일 부정 출제·채점 의혹이 일었던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과 관련해 재채점 결과 75명을 추가 합격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시험을 쳤던 한 수험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핵심 의혹은 싹 무시한 감사 결과”라며 “의혹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피해 수험생들이 모인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 측은 “이번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심판 결과가 오는 10일 나온다”며 “결과를 보고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2월 1일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706명의 명단이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세무 공무원은 시험이 면제되는 ‘세법학 1부’ 과목에서 과락률이 82.3%에 달했기 때문이다. 세무사 시험은 한 과목이라도 ‘과락(40점 미만)’이 나오면 불합격이다. 실제 평균점수가 당시 합격선인 45.5점보다 훨씬 높은 수험생들이 세법학 1부 과목에서 과락 점수를 받아 불합격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일반 수험생들은 세무 공무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부정 출제’ 의혹까지 제기했다. 합격자 706명 중 국세행정 경력자가 215명(21.4%)에 달하면서 이런 의혹이 커졌다. 이전 3년간 이 비율은 평균 2.8%에 불과했다.

결국 고용부와 감사원이 감사에 나섰고 국세청이 이를 반영해 일부 수험생을 구제했지만 세시연 측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수험생들은 세법학 1부 과목 4번 문제 전체의 출제·채점 과정에 부정 의혹을 제기했지만 감사원은 4번 문제 중 ‘물음 3번’에 대해서만 재채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0점이 배정된 4번 문제는 물음 1, 2, 3으로 구성됐는데 물음 3은 배점이 4점으로 가장 낮다. 물음 1은 6점, 물음 2는 10점이 배정됐다. 만약 물음 1, 2까지 재채점했다면 추가 합격자가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란 게 세시연의 주장이다.

게다가 물음 2는 출제자가 유료 수험 사이트에 나온 문제를 숫자만 바꿔 그대로 출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은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해당 출제 위원이 그 사이트를 알지 못하고, 출제자가 출제 기간 해당 사이트에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세시연 측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 문제를 낸 출제자는 당초 출제자 후보 7순위였다. 산업인력공단이 선순위였던 출제자에게 별도 연락 없이 해당 출제자를 밀어 넣은 사실도 밝혀졌다. 세시연도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와 감사원이 감사를 벌이고 국세청이 추가 합격자까지 발표했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