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장훈고 전경. 장훈고는 자진해 자사고 지위를 반납하고 내년부터 일반고로 바뀐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장훈고 전경. 장훈고는 자진해 자사고 지위를 반납하고 내년부터 일반고로 바뀐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장훈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바뀐다. 서울 안에서 일반고 전환을 자진한 10번째 자사고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장훈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해 교육청 청문을 실시했다”며 “교육부가 동의하면 장훈고는 2023학년도부터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고 했다.

장훈고는 지난달 29일 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했다. 교육부 절차가 완료되면 내년 입학하는 신입생부터는 일반고와 똑같이 교육감이 학생을 배정하게 된다.

장훈고는 학령인구 급감과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자사고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전국 자사고·외고를 2025년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데다 일반고와 달리 무상교육 지원을 받지 못해 학비가 비싼 점 등이 신입생 모집에 걸림돌이 됐다. 일반고와 비교해 차별화된 교육과정이 부족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장훈고는 2020학년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일반전형 경쟁률은 2020학년도 0.81대 1, 2021학년도 0.56대 1로 계속 감소했다. 올해는 238명을 모집하는데 109명만 지원해 경쟁률이 0.46:1에 그쳤다.

등록금과 법인 전입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는 자사고는 학생을 모집하지 못하면 재정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자 학부모도 대부분 일반고 전환을 동의했다. 장훈고가 1~2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4.4%가 일반고 전환에 찬성했다.

자사고가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요청하면 정부로부터 2년간 25억원의 재정을 지원 받는다. 교육부가 15억원, 교육청이 10억원을 지원하고, 이 금액은 교직원 인건비와 교육과정 운영비 등으로 쓸 수 있다.

장훈고가 일반고로 바뀌면, 서울에서 10번째로 일반고로 전환한 사례가 된다. 앞서 동양고(2012년)와 용문고(2013년), 미림여고·우신고(2016년), 대성고(2019년), 경문고(2020년), 동성고·숭문고·한가람고(2022년) 등 9곳이 자사고 지위를 반납했다.

숭문고는 자사고 지위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벌여 승소까지 했음에도 지난해 자진해 일반고로 바꿨다. 숭문고는 2019년 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후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결국 일반고 전환을 택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