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강력히 주문한 가운데 교육부 공무원들이 ‘반도체 열공’에 나섰다. 교육부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반도체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를 초청해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 특강을 열었다. 교육부 실·국장 전원이 참석했고, 직원 400여 명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었다.

특강에서 전문가들은 학부 수준의 반도체 정원을 늘리는 것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교수와 장비가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재료공학부 교수 43명 중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는 3명으로 5%가 안 된다”며 “있는 학생도 못 가르쳐서 난리인데 학생만 뽑는다고 답이 나올 순 없다”고 했다. 이어 “교수가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기업이 연구하지 않는 바보 같은, ‘크레이지(crazy)’ 아이디어를 대학이 내놓아야 기업의 기술도 발전한다”고 했다.

한동석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경북대는 전자공학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돼 사정이 나은 편인데도 반도체 교수가 부족해 한 수업에 학생이 88~100명씩 된다”며 “교수가 있어야 학생을 가르치는데 교수가 부족하다”고 했다.

기업도 교수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김형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계약학과를 추진할 때도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우수한 인재를 산업현장에 가깝게 교육시켜 입사하자마자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데, 계약학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구식이면 학과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라고 했다.

고장이 잦은 구식 장비조차도 부족한 상황이다. 황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쓰는 27년 된 장비는 날마다 고장이 난다”며 “이 장비에 학생 100명이 매달려 있으니 연구와 실습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솔아 씨는 “반도체 연구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여러 번 시행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가 충분해야 하는데, 과제 하나당 적어도 8대의 GPU가 필요함에도 우리 연구실에는 20대도 없다”며 “반도체를 회로로 만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개당 1억~2억원으로 연구실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학부보다는 석·박사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교수에 따르면 반도체산업에서 석·박사급 인력은 내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5565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학부생은 수요보다 6207명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교수는 “반도체 분야는 축적된 지식의 양이 이미 커서 지식 한 점이라도 더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며 “석·박사급 연구자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이끄는 반도체 인재 양성 전담특별팀이 첫 회의를 열었다. 특별팀에는 교육부 외에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와 반도체기업 인사 담당자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오는 7월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원 외 선발은 대학 전체 입학정원의 20%까지 가능한데 교육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계약학과에 한해 이를 5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장 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할 수 있도록 산업체 전문인력이 교원으로 일한 후 다시 산업계에 복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