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임용 때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대법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이견을 보이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변은 “판사 사회의 폐쇄성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력 법조인만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10년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최소 경력을 5년으로 해야 우수한 신임 법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예정에 없던 ‘법관 임용 법조경력에 관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관련 설명자료’를 냈다. 대법원은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줄인다 해도 오랜 법조 경력을 갖춘 법조인의 법관 임용을 적극 실시할 것”이라며 “오히려 현재보다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5일 소위원회를 열어 법관의 경력기간을 5년으로 줄이는 개정안을 가결한 것을 민변 측에서 비판하자 대법원이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민변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으로 인해 법조일원화 도입 취지가 퇴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변은 지난 21일 입장문에서 “법관 최소 경력을 5년으로 축소하자는 주장은 하향식 의사소통 구조에 잘 적응하고, 많은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법관의 주요 능력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관예우 근절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관이 될 수 있는 최소 법조 경력은 올해까지만 5년으로 하고 내년부터는 7년, 2026년부터는 10년으로 늘어난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법조 경력이 길어질수록 신임 법관 임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행정처의 ‘법관 수 예측’ 자료에 따르면 현행법을 유지할 경우 올해 3115명인 법관 수는 2029년 2919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도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법관 임용에 경력 10년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데 힘이 실린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력 10년차면 로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시기”라며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법관으로 이직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로펌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변호사가 법관에 지원할 것이고 이럴 경우 법관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