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1심 서산 부석사 측 승소…항소심 4년반째 진행 중
공익법무관·검사 10명이나 교체…쟁점 놓고 오락가락하기도
'한·일 불상분쟁'재판 하세월…부석사측 "국가적 입장서 봐야"
절도범들이 일본에서 훔쳐 우리나라로 들여온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금동불상) 행선지가 수년째 결정되지 않고 있다.

피고 국가(대한민국)를 대신해 소송을 하는 공익법무관과 검사가 인사이동을 이유로 계속 교체되면서 소송 쟁점까지 혼선을 빚는 등 사실상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년 4월 대한불교 조계종 충남 서산 부석사는 절도범에 의해 일본 쓰시마 섬 관음사에서 국내로 반입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넘겨받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유체동산인도 민사 소송을 했다.

부석사 측은 '1330년경 서주(충남 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안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월 26일 1심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바르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고,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와 함께 불상 이송 집행정지를 신청해 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있다.

일본은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유감과 항의의 뜻을 표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관음사 측도 지난해 말 "재판이 길어지고 있어 명확히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재판에) 나가기로 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불상분쟁'재판 하세월…부석사측 "국가적 입장서 봐야"
항소심 재판부는 서류 검토·변론 청취·현장 검증 등을 진행하며 사건을 심리했으나, 검찰 측에서 '불상과 결연문이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새롭게 펼치며 관련 증인 신문과 감정이 진행됐다.

절도 사건 형사 피해자로 돼 있는 일본 관음사 측에 소송 고지를 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서산시장과 충남도의회 등이 조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하는 탄원서도 냈으나,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항소심이 계속 이어지면서 판사 구성원은 바뀌었고, 검찰 측 소송대리인(검사·공익법무관) 역시 인사이동 등을 이유로 10명이나 교체됐다.

급기야는 원·피고 간에 집중적으로 다투는 지점을 놓고도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일 불상분쟁'재판 하세월…부석사측 "국가적 입장서 봐야"
지난해 10월 변론 이후 9개월 만인 이날 오후 대전고법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 변론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금동불상 원소유자가 부석사인지, 현재의 서산 부석사가 고려 시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곳인지, 서주 부석사에 있었다는 금동불상이 이 사건 불상과 동일한 것인지 등 원·피고가 다투는 사안을 확인했다.

피고 측은 불상과 결연문 진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재판부에 "진위보다는 소유권 주체성과 점유권원(점유를 위한 정당한 근거)에 대한 사건"이라고 했다가 "(불상 진위에 대한 다툼 여부는) 다시 확인해 문서로 제출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멕시코 아스텍 유물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가 소유권을 가지되 멕시코에 영구 임대하는 조건으로 넘긴 사례처럼 우리도 외교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있는 것 아니냐"며 "피고 측에서는 (장물) 환부 문제로만 보지 말고 국가적 입장에서 이 사건을 봐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변론은 9월 15일 오후에 한다.

그 전에 피고 측 공익법무관은 또 교체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