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근 창원지검 차장도 사표…중간간부 용퇴도 잇달아
떠나는 檢고위간부들, 검찰개혁 방향에 '작심 비판'(종합)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에 맞춰 사의를 표명한 검찰 고위간부들이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날 사의를 표한 배성범(사법연수원 23기) 법무연수원장은 1일 내부 통신망에 올린 사직 인사 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배 원장은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개별 사건의 수사 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야기하고, 일선 검찰청과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독립성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제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할 때나 그 전후에도 많은 뛰어난 후배들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의 수사·공판에 임해야 하는 부담과 고통을 짊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한 검사들이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가 지난해 1월 추미애 당시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 발령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 원장 밑에서 해당 사건을 지휘한 차장검사들도 모두 지청장으로 발령났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 방향도 비판했다.

그는 "LH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야기하는 부패사건·대형 경제범죄에서 검찰 대응에 공백이 초래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서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직·경제·국제외사 범죄는 대형화·정교해지는데 검찰의 전문 수사시스템은 오히려 위축되는 사법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떠나는 檢고위간부들, 검찰개혁 방향에 '작심 비판'(종합)
오인서(연수원 23기) 수원고검장 역시 이날 사직 인사 글에서 "검찰을 보는 시각과 진단도 백인백색이고, 칭찬과 비난이 손바닥 뒤집듯 한다"며 검찰이 처한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과거 업무상 잘못과 일탈,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와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느냐"며 "다만 검찰이 사회 발전과 변화에 걸맞으면서도 제도 본연의 역할을 반듯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완성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특히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구조 개편 법령에 이어 일각에서 추가 개혁을 거론하는 현시점에서도 내부 진단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교각살우 요소는 없는지 살펴주길 바랄 뿐"이라고 희망했다.

오 고검장은 검찰이 정치적 이해 관계나 특정인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갈라진 점을 우려하며 내부 화합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사단과 라인은 실체가 불분명한 분열의 용어로, 안팎의 편 가르기는 냉소와 분노, 무기력을 초래할 뿐"이라며 "'검찰'이란 이름으로 합심해서 고통과 보람을 함께 나누는 동료애가 더 두터워지길 염원한다"고 당부했다.

전날 사의를 표한 고흥(연수원 24기) 인천지검장은 "진정한 개혁이나 변화는 가까운 곳에 있다"며 "일하면서 불합리하거나 고쳐야겠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즉시 바꿔 보려고 노력하고,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검찰 고위 간부들에 이어 중간 간부들의 사표도 이어지고 있다.

김종근(연수원 29기)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최근 법무부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검찰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한 중간 간부는 전준철(연수원 31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에 이어 두 번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