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 의료과실로 사망…모친 "군 의료체계 갈 길 멀어"
"군대 좋아졌다고 말하지 말라"…故노우빈 훈련병 10주기

"사람들이 다들 그래요.

요즘 군대가 군대냐고. 하지만 군 사망사고가 줄었어도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 한 명이라도 희생됐다면 세상이 좋아졌다고 함부로 말해선 안 되죠."
고(故) 노우빈 훈련병(당시 21세)의 어머니이자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 공복순(58)씨는 노 훈련병 10주기(24일)을 앞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씨는 지금도 2011년 4월 24일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몸 건강히 잘 다녀오겠다"며 씩씩하게 집을 나선 아들이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날이다.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그는 "우리 아이를 살릴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군에서 규정을 앞세우다가 그 기회를 놓쳤다"며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죽지 않았을 아이가 군 의료체계 부실로 희생된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 훈련병은 사망 이틀 전인 22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20㎞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

복귀 후 호흡곤란과 고열 증세를 보였고, 군장조차 혼자 벗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지만, 의무실에서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의무병으로부터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을 처방받았다.

밤새 고열에 시달린 노 훈련병은 이튿날 오전 다시 의무실을 찾았지만, 군의관 순회 근무시간에 늦었다며 진료를 받지 못했고,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으로 후송된 후에야 군의관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노 훈련병은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알고 보니 노 훈련병이 숨지기 며칠 전 같은 훈련소에서 다른 훈련병 1명도 뇌수막염으로 병원에 후송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뇌수막염 환자 발생 후 관련 증상인 고열 환자가 또 나왔지만, 군은 뇌수막염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노 훈련병이 사망하고 며칠 뒤 훈련소에서 3번째 뇌수막염 환자가 나오고 나서야 훈련소는 훈련병 전원에게 예방약을 처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 의료체계 부실 문제가 수면으로 떠 올랐고, 국방부는 그해 5월 '군 의료체계 보강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전 장병을 대상 감염병 예방접종이 기존 파상풍 1종에서 유행성이하선염·인플루엔자·뇌수막염까지 4종으로 확대되는 등 군 의료체계가 개선됐다.

공씨는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군 의료체계가 일부 개선된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우빈이 죽음 이후로도 의료체계 부실로 사망사고가 여럿 발생한 것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2016년에도 충수염에 걸린 육군 하사가 내부 공사로 수술할 수 없는 병원에 후송돼 치료가 지연된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급성 백혈병에 걸린 일병이 두통약과 감기약만 처방받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군대 좋아졌다고 말하지 말라"…故노우빈 훈련병 10주기

아들을 잃고 4년 동안 제정신인 날이 없을 정도로 힘겨웠다는 공씨는 2016년 1월 16일 군피해치유센터 '함께'의 문을 열었다.

군 복무 중 죽거나 다친 장병이나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곳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왜 나만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라는 생각은 점차 사라졌다고 한다.

원인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떠나보낸 아들뿐 아니라 이들을 위해 국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공씨는 "군 사망사고의 80%가량이 자살이지만 우빈이와 달리 이런 문제는 언론의 조명을 받지도 못하고, 사망 원인과 직무수행 간 연관성을 입증하기도 훨씬 어렵다"고 했다.

그는 "국가가 병역판정검사를 해 복무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아이들이 입영한 만큼 입영자에 대해서는 100%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군 생활 중 신체·정신적 문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병역판정검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다쳤을 때 국가가 제대로 대처할 것이라고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군인이 국가에 충성할 수 있겠느냐"면서 "우빈이처럼 살릴 수 있던 아이가 군대에서 희생되는 일은 더 없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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