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개 점포 상인들 '생계 막막'…무등록이라 정부지원 사각지대
민간 기부금 수혈로는 역부족…"법 개정으로 지원근거 마련돼야"

"닷새에 한 번 여는 5일장인데 12번을 휴장하네요.

2개월을 공치는 셈인데 그나마 기대했던 추석 대목도 물 건너가고 정부 지원금은 없고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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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12번 휴장"…전국최대 모란민속5일장 '몰락 위기'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인 경기도 성남 모란민속5일장은 9일이 장날이지만 모든 점포가 장사를 접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휴장에 들어가 이달 19일까지 7차례 장이 열리지 않는다.

추석 연휴를 앞둔 24일과 29일에도 장이 설지는 불투명하다.

모란민속5일장 상인회는 전국 각지에서 상인과 관광객이 몰리고 노년층이 많이 찾는 장터의 특성을 고려해 성남시와 협의, 연속 휴장을 결정했다.

모란민속5일장은 평일 6만명, 휴일엔 10만명이 찾아 장날마다 성황을 이루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올해는 영 딴판이다.

지난 2월 24·29일과 3월 4·19·24일 5차례 장날을 건너뛴 것을 합하면 올해 들어 휴장 횟수는 모두 12차례나 된다.

앞서 모란민속5일장이 휴장한 날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인 2015년 6월 9일이 유일하다.

모란민속5일장은 중원구 성남동 4929 일원 여수공공주택지구 내 주차장 1만7천㎡에서 열리는데 휴게공간, 지원센터(지하 1층∼지상 2층), 화장실 등 부대시설 면적 5천575㎡을 포함하면 전체 면적은 2만2천575㎡에 달한다.

점포 541곳이 크기에 따라 평균 월 2만5천500원의 사용료를 성남시에 낸다.

이들 점포 가운데 30%가량은 다른 지역 5일장을 돌지 않고 모란민속5일장에서만 영업하는 고령의 성남 토박이들이다.

"장날이면 상인들이 40만∼50만원 정도는 벌었는데 올해는 장이 서지 않는 날이 많아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자주 휴장을 한데다가 사상 최장의 장마까지 이어지며 손님들이 찾지 않아 이젠 장날에도 점포의 3분의 1가량이 장사를 포기합니다"
유점수 모란민속5일장 상인회장은 전국 최대 5일장이 몰락 위기에 내몰렸지만,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점포들은 모두 무등록인 탓에 일반 전통시장 점포나 소상공인 이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크지만,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남시가 사용료 60%를 감면해 주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12번 휴장"…전국최대 모란민속5일장 '몰락 위기'
상황이 이러해지자 성남시는 '성남연대 희망캠페인'을 통해 모금한 시민 성금 1억820만원을 지난 5월 점포당 20만원씩 지원했다.

성남지역 대형교회연합회도 8천100여만원을 모아 점포당 1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부 지원 근거가 없어 시민들의 성금만으로 모란민속5일장 상인분들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 민속5일장 점포들이 일반 전통시장에 준하는 자격을 갖도록 하는 등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