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수업에 진도 못 쫓아가…"학원도 못 가니 집에서 복습에 초점"
코로나로 외부 여행도 민폐…'몰래 여행'이 대세
코로나19에 '집콕' 여름방학 시작…"엄마표 학원 열어야죠"
"아이들이 개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방학한다니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네요.

"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맘' 박모(40)씨는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의 방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작년에는 아이 방학에 맞춰 휴가를 내 가족들과 휴양지도 가고, 휴가 후에는 아이를 학교 돌봄교실 등에 보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다른 곳에 가기도 어려운 데다 돌봄교실도 단축 운영되기 때문이다.

박씨는 결국 남편과 1주일씩 번갈아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늦은 개학을 했던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박씨와 같은 학부모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하는 상황이다.

1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은 다음 주부터 방학에 들어간다.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이 미뤄져 여름방학은 대부분 2주가량이다.

방학 기간이 짧다 보니 다른 일정을 잡기보다는 집에서 '엄마표 학원'을 준비하는 부모들도 많다.

평소 같으면 방학에는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하는 선행학습이 목표였겠지만, 이번에는 1학기에 배운 내용을 복습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학교가 원격수업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 진도에 뒤처지는 학생들이 많아서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두 아이 엄마 허모(44)씨는 내주부터 시작되는 아이들 방학을 맞아 각종 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허씨는 "곱셈과 나눗셈을 잘 이해하지 못해 방학 때 붙잡고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 같다"며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영향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 맘카페에서는 '엄마표 학원', '구구단 쉽게 외우는 법', '방학 때 초등 나눗셈 문제집' 등이 주요 검색어가 됐다.

'집콕'도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이번 방학의 대표 키워드 중 하나다.

방학 때면 열리던 각종 캠프나 체험학습 프로그램들이 이번 방학에는 대부분 없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외부 기관이 주최하는 각종 수련회나 집단 숙박행사에 가급적 참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미성년 자녀를 둔 학부모 6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7%가 '올해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유(복수응답)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여행, 체험학습 등 외부활동이 어려워서'(79.9%)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19에 '집콕' 여름방학 시작…"엄마표 학원 열어야죠"
방학을 맞아 여행을 가되 조용히 다녀올 계획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이 많은 휴양지에 다녀왔다고 하면 다른 학부모들이 불안하게 볼 수 있어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장모(41)씨는 "아이 친구 중에 여행이나 워터파크에 다녀온 경우가 있다고 하면 나부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진다"며 "방학에 집에만 있으라고 하기에는 아이가 아쉬워해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올까 하는데 다른 친구에게 비밀로 하라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