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 5인 상황 점검…"수도권 인구밀집도 높아 파급력 커"
"중환자 많아질 경우 의료체계 흔들…가을철 독감과 겹치면 더 심각"
[전문가 진단]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야", "생활방역 더 촘촘하게"
경기도 부천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영향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8일 79명으로 껑충 뛰면서 방역체계를 현행 '생활속 거리두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특히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구 2천600만명이 밀집해 있고 상업시설 등 주요시설이 모여 있는 수도권의 특성상 초기에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규모로 확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환자 발생이 누적되면 의료체계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더 늘어나고, 또 자칫 코로나19가 가을·겨울철 독감(인플루엔자) 유행과 겹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도 그 효과는 2주 뒤에 서서히 나타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반면 신규 확진자 증가는 생활속 거리두기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인 만큼 지금처럼 사회·경제 활동을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는 만큼 생활방역을 더 꼼꼼하게 준수하면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 5인이 보는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제언이다.
[전문가 진단]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야", "생활방역 더 촘촘하게"
◇ 김우주 교수 "수도권 인구밀집…사회적 거리두기 돌아가야"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 명이 나왔는데, 이때는 대부분 신천지교회와 관련돼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과 인천, 경기의 물류센터를 비롯해 교회와 콜센터 등에서 집단발병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막아야 한다.

수도권 인구는 대구·경북의 10배 규모인 2천600만 명이다.

수도권의 경우 생활속 거리두기 체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지만,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면 경제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인 방역 노력 덕분에 올여름은 어느 정도 버티다가 9월께 대유행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거리두기 준수율이 떨어졌다.

바이러스는 바뀌지 않았는데 우리의 경각심이 느슨해졌다.

방역당국이 꾸준히 확진자를 찾아 격리하고 치료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여기저기서 많이 생기면 결국 검사 등이 늦어지게 되고 감염 확산 우려는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엄중식 교수 "지금 돌아가도 2주 뒤 효과…빠른 결단 필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다음 주나 2주 뒤에 서서히 효과가 나온다.

서울과 경기도 등 지자체들이 조만간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복귀를 선언해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하지만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파급력이 크다.

방역당국이 빨리 결단을 내려 지자체와 발을 맞춰야 한다.

'위기상황이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간다'는 기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류센터 집단감염은 이태원 클럽발(發)의 두 번째 '파도'다.

수도권은 대구·경북과는 인구수도 다르고 사람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파급력이 다르다.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 때처럼 대규모 확산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당시엔 아무런 준비 없이 모르는 상태에서 당했다면 지금은 방역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마스크 사용 등 생활 방역지침 등이 준비돼 있다.
[전문가 진단]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야", "생활방역 더 촘촘하게"
◇ 전병율 교수 "가을철 독감 유행과 겹칠 우려…방역수칙 준수"
부천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예전의 신천지 교회발 감염처럼 대규모로 확산할지는 역학조사가 더 이뤄져야 판단할 수 있다.

물류센터 내 근무환경이 어땠는지, 근로자들이 감염원에 며칠간 노출됐는지 등을 파악해봐야 한다.

다만 물류창고의 업무가 육체노동인 만큼, 일하면 땀이 많이 나게 되고 개인 보호장비 착용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상당 기간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면서 가을·겨울철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증상이 유사한) 감기나 독감의 유행이 겹치면 구분이 어렵다.

코로나19인지 독감인지를 판단하는 검사를 각각 해야 한다.

코로나19 검사 수는 4개월간 80만 건이었는데, 감기·독감 환자까지 겹쳐 검사 수가 더 늘게 된다면 우리 의료시스템이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생활속 거리두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용어는 다르지만 사실 같은 개념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방역 수칙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잘 씻으라는 것이다.

또 좁고 밀폐된 공간에는 가지 말고 열이 나면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 정기석 교수 "가을 대유행, 지금 방역 고삐 죄야 막는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다 보면 그만큼 중증 환자의 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 지역에서 환자가 매일 100명 이상씩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중증 환자를 수용할 중환자실이 부족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수도권은 인구 이동도 많은데 물류센터발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곳곳에 퍼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동일한 집단이 감염 전파에 반복적으로 노출됐던 신천지교회 집단 감염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세밀하게 방역 수칙을 정하고,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가을철 '2차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

각 사업장과 시설에서 방역관리자를 지정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미흡한 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로 돌아선 이상 예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참고하고 따를 수 있는 세부 방역수칙과 지침 등을 다시 손봐야 한다.
[전문가 진단]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야", "생활방역 더 촘촘하게"
◇ 김남중 교수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 바람직하지 않아"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증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로 전환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생활방역 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히 없앤 게 아니라 전반적 틀은 유지하되 그 수준을 다소 낮춘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 2m 이상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가급적 착용하라는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켰졌다면 물류센터발 집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환자가 많은 탓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환자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방역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리고 있지만, 언제 어떤 조건으로 다시 생활방역으로 돌아올지 불분명하다.

정부는 생활속 거리두기 체제 내에서 부족한 부분을 살펴보고 의료 현장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의 국내 전파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면역도 조사도 준비 중인 만큼 잘 준비해서 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