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활동 지원한다는 청년수당
무차별 '돈 퍼주기'로 변질

박원순 "술 좀 먹으면 어떠냐"
검증 포기한 채 수당 신설 경쟁
2017년 경기도가 청년들에 대한 현금 복지를 도입했을 때 정책 명칭은 ‘청년구직지원금’이었다.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한해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로 이재명 지사가 당선된 지 1년 만에 구직지원 사업이 사라지고 ‘청년기본소득’이 도입됐다.

'취업지원→기본소득' 명칭 바꿔…소득 수준 관계없이 모두 지급

바뀐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우선 18~34세 중 가구소득 상위 25%를 제외하고 주던 것을 만 24세가 되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 기존 예산만으론 지원 규모를 맞추기 힘들어지자 지급액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다.

사용자의 부담도 덜어줬다. 예전에는 클린카드를 줘서 담당 기관이 어디서 결제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화폐로 바꿔 지정된 지역에서 마음껏 쓸 수 있다. 구직지원금일 때는 필수적으로 받던 구직활동계획서도 이제는 받지 않는다. 당초에는 ‘무직 청년이 일자리를 얻게 도와줘야 한다’며 현금 복지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금은 ‘자격과 사용처를 따지지 않고 준다’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2016년 청년수당을 도입하면서 ‘모든 사회 활동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취업 및 창업을 위해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있는 활동은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행 과정에서는 취업활동과 상관없는 분야에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수당으로 술 좀 먹으면 어떠냐”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청년수당은 기본소득의 마중물”이라며 한 해 예산을 2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다섯 배로 늘렸다. “청년수당 사용 항목과 구직 효과를 더 면밀히 검증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박 시장은 “불신에 기초한 행정”이라고 반박했다.

일단 ‘묻지마 지원’의 물꼬가 트이자 이후 또 다른 청년 지원 정책까지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98억원을 들여 청년 면접수당을 신설했다. 만 18~34세 청년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1인당 21만원을 지급한다. 광주광역시는 19~39세에 30만원의 교통카드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청년구직활동 교통비’라는 명목이다. 수원시도 비슷한 취지로 15만원의 교통카드를 청년에게 주기로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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