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상생협력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상생협력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빨리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잃는다.

이 지사는 24일 새벽 페이스북(SNS)을 통해 "대법원 재판을 두고, 내가 지사직을 연명하려고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거나 판결 지연으로 혜택을 누린다는 주장은 심히 모욕적"이라며 "영화 '브레이브 하트'속 월레스가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전부터 내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내장이 들어내 지고 뼈와 살이 찢기는 고통 속에서, 목을 향해 떨어지는 도끼날은 차라리 그에게 자비였다"고 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계속된 검경과 정부기관의 수사, 감사를 버티며 하고자 했던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잃게 될 것들이 아깝지도 두렵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며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을 당하고 고문으로 온 몸이 망가지며 패가망신 당한 선배들에 비하면, 내가 잃을 것은 아무리 크게 잡아도 너무 작았다"고 했다.

이어 "강철멘탈로 불리지만, 나 역시 부양할 가족을 둔 소심한 가장이고 이제는 늙어가는 나약한 존재다. 두려움조차 없는 비정상적 존재가 아니라, 살 떨리는 두려움을 사력을 다해 견뎌내고 있는 한 인간일 뿐"이라며 "지사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정치적 사형'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이제 인생의 황혼녘에서 '경제적 사형'은 사실 두렵다. 전 재산을 다 내고도, 한 생을 더 살며 벌어도 못다 갚을 엄청난 선거자금 반환채무와 그로 인해 필연적인 신용불량자의 삶이 날 기다린다"고 했다.

이 지사는 "냉정한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다 빼앗기는 처참한 삶은 물론 가족의 단란함조차 위태로운, 나로선 지옥이 열린다"며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재판지연으로 구차하게 공직을 연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어차피 벗어나야 한다면 오히려 빨리 벗어나고 싶다. 힘겨움에 공감하지 못할지라도 고통을 조롱하지는 말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필귀정을 그리고 사법부의 양식을 믿는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