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뒤 5년 넘게 생존한 국내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완치 수준에 다다른 암 환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인구구조 변화는 암 환자 유형에도 영향을 줬다.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환자가 많아진 배경이다.

癌환자 5년 초과 생존율 70% 넘었다…유방암·전립선암 증가
암 진단 후 5년 생존자, 100만 명 넘어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24일 국가암관리위원회를 열고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암 진단을 받은 신규 암 환자는 23만2255명으로 전년(23만1236명)보다 0.4% 늘었다. 다만 인구 증가 등을 고려한 국내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2.8명으로 전년보다 6.6명 줄었다. 2011년 이후 매년 2.6%씩 줄어드는 경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2017년 기준 기대수명인 83세까지 생존했을 때 우리 국민 35.5%가 암에 걸렸다. 기대수명이 80세인 남성의 암 발생률은 39.6%로 다섯 명 중 두 명이 암에 걸렸다. 여성은 86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세 명 중 한 명(33.8%)이 암 진단을 받았다.

신규 암 환자를 포함해 암을 진단받은 뒤 치료받고 있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 경험자는 187만 명이었다. 국민 28명당 한 명(3.6%)이 암 유병자다. 이 중 절반 이상(55.7%)인 103만9659명이 5년 넘게 살았다. 암 환자 5년 상대 생존율(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 대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4%로, 10년 전(54.1%)보다 1.3배 높아졌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조기검진으로 암을 일찍 발견하는 환자가 늘면서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癌환자 5년 초과 생존율 70% 넘었다…유방암·전립선암 증가
인구구조, 암 환자 유형에도 영향

2017년 신규 암 환자가 가장 많은 암은 위암(2만9685명)이었다. 대장암, 폐암, 갑상샘암, 유방암, 간암 등이 뒤를 이었다. 위암은 한국 등 아시아권에 특히 많다. 의료계에서는 젓갈 등 염장 음식을 먹는 습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은 것 등을 이유로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은 폐암이다. 인구 10만 명당 34.8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간암, 대장암, 위암, 췌장암 등도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전체 암 발생률은 줄었지만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 신장암은 1999년 이후 발생률이 꾸준히 늘었다. 이 원장은 “전립선암이 늘어나는 것은 남성 평균수명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췌장암도 고령 인구가 많아진 영향이 크다”고 했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여성의 생활패턴 변화는 유방암 발생률에 영향을 줬다. 이 원장은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서 여성 평균 신장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유방암 발생률도 높아졌다”고 했다.

위암 생존율, 미국의 두 배

국내 주요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미국 영국 일본 등보다 대체로 높았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8.9%다. 미국(33.1%)보다 두 배 높다. 초기 단계에 암을 발견해 치료받는 환자가 많은 데다 국내 위암 수술 수준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만 50~74세 성인을 대상으로 대장암 검진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대장암 검진을 대변 검사에서 내시경 검사로 바꾸는 것이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찾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분산된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암 데이터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