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근거 입증된 영양제는 '극소수'…전문의와 상담 바람직
진단없이 영양제만 복용하다 치료 시기 놓치는 경우도

최근 시장에 눈 건강 관련 영양제가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눈 영양제'를 치면 수백 가지 제품이 검색되고,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루테인' 제제만 100개 이상에 달할 정도다.

그 외에도 눈 영양제로 판매되는 성분은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결명자, 비타민A 등으로 다양하다.

눈 영양제는 눈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거나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손상을 막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개념의 제제다.

시력 악화와 관련된 게 주로 망막 세포들인 만큼 이런 눈 영양제는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색소변성 같은 망막질환을 타깃으로 한다.

반면 근시나 노안 등은 망막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부터 눈 영양제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질환에 속한다.

문제는 이런 눈 영양제가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됐는지, 누가 먹어야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명의에게 묻다] '눈 영양제' 넘쳐나는데…먹을까 말까?
현재까지 눈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이나 보조제 중 과학적으로 그 근거가 입증된 것은 많지 않다.

많은 눈 영양제가 세포 수준 실험에서는 세포 생존 및 재생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보였지만, 동물실험에서는 이 중 소수 물질만 그 유효성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치료 효과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인데, 임상시험을 통과한 영양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임상시험을 하려면 거액의 연구비와 연구 자원자가 필요한 데다, 눈 영양제 성분 대부분이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물질이 아니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여 그 효과를 입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눈 영양제 임상시험으로는 미국 국립의료원 산하 국립눈연구소(National Eye Institute)가 시행한 '연령 관련 눈 질환 연구'(AREDS, Age-related Eye Disease Study)가 꼽힌다.

이 연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합영양제 효과 시험으로, 연구 결과 고용량 비타민 C와 E, 베타카로틴, 아연 복합 성분이 중등도(중간단계) 황반변성에서 후기 황반변성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후 후속 연구에서 베타카로틴 대신 루테인을 추가한 복합 제형도 중등도 황반변성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는 루테인, 고용량 비타민 C와 E, 저용량 아연 복합제가 중등도 황반변성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중등도 건성 황반변성 환자의 경우 5년이 지나면 25%에서 실명 위험이 큰 후기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치료제 복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명의에게 묻다] '눈 영양제' 넘쳐나는데…먹을까 말까?
그러나 이 영양제는 약이 아닌 식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안과 전문의가 처방을 낼 수 없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몇 가지 종류의 제품을 약국에서 구매해 복용하라고 권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의사가 권유한 영양제 제품은 일부 약국에서 수익성 높은 다른 영양제로 바뀌는 경우가 흔한 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의사가 임상적 근거에 따라 복용을 권고한 눈 영양제도 중등도 황반변성에서만 그 효과가 입증됐을 뿐 다른 질환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이런 영양제가 많은 노인과 눈 질환을 가진 거의 모든 사람에게 권유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불확실한 불안감만 부추겨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눈 영양제 성분을 살펴보면 AREDS 연구에서 사용된 눈 영양제와 성분이나 용량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 정보나 주변 사람 말만 듣고 눈 영양제를 복용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눈 영양제는 불확실한 정보나 주변의 얘기에 의존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 후 찾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황반변성으로 눈 영양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우선 정확한 성분과 용량을 확인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또 영양제 선택이 아니더라도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안과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조기에 질환을 명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예방 및 치료법을 찾는 게 순서다.

[명의에게 묻다] '눈 영양제' 넘쳐나는데…먹을까 말까?
◇ 우세준 교수는 1999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에서 망막질환을 전문으로 연수했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같은 망막질환 및 망막수술이 주 진료 분야다.

국내 최초로 망막혈관폐쇄의 원인과 그에 따른 뇌경색 및 혈관질환 발생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대한안과학회 및 미국안과학회, 한국망막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