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 주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민노총 강경 태도가 고립 자초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정부와 민주노총 간 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당장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를 ‘노동탄압 정부’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포함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노총, 고강도 투쟁 예고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결국 정부는 총노동의 수장을 잡아 가뒀다”며 “더 이상 촛불 정부가 아닌 노동탄압 정부를 상대로 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간 민주노총은 22일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청와대 앞에서 규탄 집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다음달 3일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벌인다. ‘공안 탄압 규탄’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전국적인 동시다발 총파업에도 나선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 분위기도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노총은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는 불참하지만 부문별로 설치된 다양한 대화기구에는 참여하고 있다.

김 위원장 구속 여파로 정부가 앞으로 이들 기구를 통해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노동계의 자발적인 수용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정부 주요 위원회만 해도 작년 11월 기준으로 일자리위원회를 비롯해 53곳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이 전면적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은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우호적이었지만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비정규직보호법 처리 등을 놓고 정면충돌하며 지지 기반에서 이탈했다.

여기에다 한국노총 역시 지난 20일 김 위원장 구속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구속이 노동계의 전반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과 거리 두기 시작한 文 정부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노·정 관계는 집권 초기만 해도 ‘밀월’이었다. 정부는 노동계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 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지난해 6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계기로 정부와 본격적인 갈등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가 추진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회유와 설득에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 끝내 불참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친(親)노동 성향을 보인 문재인 정부의 달라진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민주노총의 폭력사태가 잇따라 이어지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어떤 집단이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노총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기도 했다.

노동계 일각에선 민주노총의 강경한 태도가 고립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도 넘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더 이상 민주노총을 비호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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