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신규 상장 추진 기업으로는 바디프랜드가 꼽혔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투자은행(IB)업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복수응답 가능)의 16.9%가 바디프랜드를 꼽았다. 안마의자 렌털 시장의 과점 사업자로서 실적 개선을 이어가면서 올해 공모주시장 기대주로 떠올랐다. 사모펀드(PEF)가 보유한 회사의 상장이라는 점, 앞으로 렌털기업 가치 평가에 중요한 기준점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줬다.교보생명(9.9%)은 세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연내 상장을 공식화하는 등 유가증권시장 입성 채비를 서둘러 완주 성공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호텔롯데(7.0%)는 아직 연내 상장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성사된다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관점에서 표를 받았다. 카카오게임즈와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매직(각 5.6%)도 주요 IPO로 지목됐다. 이 밖에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더파머스, 화장품기업 지피클럽, 현대오토에버, 호반건설, 이랜드리테일 IPO에 주목하고 있다는 응답도 나왔다.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23.9%)를 받았지만 실제 IPO는 내년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로부터 투자유치(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최대 1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해 절차상 연내 상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IPO 건수와 관련한 관측은 팽팽하게 갈렸다. 5%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30.77%, 반대로 5% 이상 줄어들 것이란 예상은 34.62%로 나왔다. 나머지는 비슷한 수준으로 점쳤다.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교보생명이 금융업계에서 처음으로 내년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직무급제를 적용하고 있는 임원과 조직책임자에 이어 일반직원 전체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직무급제란 일의 중요도, 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제도다. 교보생명이 이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입사동기 간에도 맡은 직무에 따라 수백만원의 연봉 차이가 나게 됐다.교보생명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지만, 한 발짝씩 양보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호봉제를 없애고 직무급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연차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자극제가 될 만하다는 평가다.민간기업이 이렇게 치고 나가는 것과 달리 정부의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와 함께 공공기관 급여시스템을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꾸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정책은 강력하게 추진하면서도 직무급제 도입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정부는 여러차례 직무급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과제 중 직무급제 도입을 맨 앞에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로드맵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내놨던 성과연봉제를 백지화했다. 새 임금체계 대안도 내놓지 않고 폐지를 밀어붙였다. 그러다보니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공공기관 대부분이 호봉제로 돌아갔다. 정부가 공공기관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개혁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임금체계 개편은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이다. 생산성과 무관한 호봉제로는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3분의 2 이상이 적자상태(2017년)인데 호봉제를 고집하는 것은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정부는 올해 ‘지속가능한 고용 모델 구축’ 방안 중 하나로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또 제시했다. 이번에도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교보생명이 내년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성과가 좋은 평사원이 지점장을 맡을 경우 동기들보다 수백만원의 연봉을 더 받게 된다.교보생명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바탕으로 직무급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최종 확정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말 노사가 잠정 합의한 임단협안이 노조에서 부결되면서 노조는 지난 7일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3차에 걸친 조정회의 끝에 21일 조정안을 최종 결정했다.교보생명은 이미 시행 중인 임원, 조직장 직무급제에 이어 2020년부터 직무급을 일반직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직무급제란 직무의 중요도, 난이도 등에 따라 직무를 세분화해 부가가치가 높은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현재 거의 모든 금융회사는 연차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을 시행하는 것은 국내 보험사뿐 아니라 금융사 전체에서 교보생명이 처음”이라고 말했다.교보생명의 직무급제는 급여의 일정 비율(5% 미만)을 떼어낸 뒤 각 직무 등급에 맞게 직무급을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입사 3년차로 연봉이 4000만원(성과급 제외)인 사원(A직급)의 경우 60만원을 직무급으로 분리(기본급 3940만원, 직무급 60만원)해 해당 사원의 직무 등급에 따라 직무급을 다시 준다. 해당 사원이 ‘A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직무급이 그대로 60만원이고, 통상 대리급이 하는 ‘SA직무’를 수행하면 직무급이 120만원이 된다. 지점장 같은 ‘M1직무’를 한다면 264만원의 직무급을 받아 연봉이 4204만원으로 뛴다. 반대로 높은 직급이지만 자신의 직급보다 낮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직무급이 낮아지면서 연봉도 일정 부분 줄어든다.교보생명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성과를 촉진하기 위해 직무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직무에 따른 보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이와 함께 오는 3월부터 PC오프제를 평일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임금은 직급에 따라 1~2.2% 인상하고 격려금 300%를 지급하기로 했다.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