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김민아 씨(26)는 최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난자를 채취해 액체질소로 냉동하는 ‘난자 동결 시술’을 받았다. 회사 여자 선배들이 난임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미리 대비하면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대학 동기모임에서 이 사실을 말했더니 친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나중에 같은 병원에 가서 검사받은 친구도 여럿 된다”고 말했다.

과거엔 항암 치료 등으로 난소 기능이 사라질 것을 염려한 암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난자 동결 시술이 최근 젊은 여성층으로 퍼지고 있다. 결혼·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난임 환자가 늘자 이를 옆에서 지켜본 이들의 경각심이 커진 영향이다.

“난자, 건강할 때 확보하자”

늦은 결혼에…2030 '난자동결 시술' 확산
20일 차병원그룹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난자 동결 시술을 받은 여성은 2013년 23명에서 2017년 288명으로 4년 새 12배가량 늘었다. 4년간 차병원그룹에서 난자 동결 시술을 받은 여성은 모두 648명으로 이 중 20~30대(400명)가 절반 넘게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실제 난임 환자는 2017년 기준 20대가 2만1363명(14.3%)으로 40대 이상 1만9748명(13.3%)보다 많았다.

난임 환자가 아니라도 미리 건강한 난자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결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혼을 할지, 아이를 낳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젊은 층은 ‘보험’ 개념으로 검토하곤 한다. 회사원 김윤슬 씨(31)는 “직장생활하면서 술과 담배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난소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조금이라도 덜 노출됐을 때 난자를 냉동보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자 선배들이 많은 은행권·교사 사이에서 이 같은 정보가 빠르다. 선배들이 난임으로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탓이다. TV에서 여자 연예인들이 냉동 난자 시술을 했다고 밝히는 사례가 늘면서 거부감도 다소 줄었다는 반응이다.

부작용 등 아직 연구 충분치 않아

냉동 난자 수술 비용은 병원과 난자 채취 개수, 보관 기간 등에 따라 다르지만 3년 기준 약 300만~400만원대다. 최장 보관 기간은 5년으로, 기간이 늘어나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남성도 정자를 얼려 보관할 수 있다. 정자 동결비용은 30만~60만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병원의 상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맘 카페’를 중심으로 난자 동결을 고민하는 많은 여성은 해동된 난자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 시술을 위해 난자 수를 늘리는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냉동한 난자는 각 병원이 관리하는데 제대로 관리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난임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때문에 무분별한 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민형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자를 얼렸다가 녹이는 과정에서 세포에 어떤 손상이 있을지 등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며 “난임을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 고려하기엔 효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