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사측과 합의 직후 대한문 앞 분향소 찾아 분향
"먼저 떠난 쌍용차 동지 30명에게 노사 합의문을 바칩니다"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다시 차려진 지 74일째 되는 14일. 다소 한산했던 평소와 달리 이날만큼은 분향소가 북적였다.

9년 만에 쌍용차 노사가 해고자 119명을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48분께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이 사측과 합의를 마치고 분향소 앞에 도착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노조원들을 일일이 끌어안았다.

김 지부장을 비롯한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 50여명은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뒤에 서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 현수막은 쌍용차 사태를 지켜보며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와 준 단체와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 것이었다.

범대위 관계자들은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회견 내내 두 손에 소국과 프리지어 등 생화가 심긴 화분 30개를 꼭 쥐고 있었다.

2009년 대량해고 이후 먼저 세상을 등진 해고자와 그 가족, 협력업체 노동자 등 30명을 기억하겠다는 뜻에서다.
"먼저 떠난 쌍용차 동지 30명에게 노사 합의문을 바칩니다"
사회를 맡은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은 "당신들을 꼭 기억하면서 쌍용차 정리해고 참사로 일어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일 텐데 범대위 관계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전국 각지에는 정리해고 문제로 투쟁하는 사업장들이 남아있어서다.

여전히 투쟁 중인 이인근 콜트콜텍지회장은 "쌍용차 동지들은 국가폭력과 싸우며 30명의 동료와 가족을 가슴속에 묻어야만 했다"며 "대한민국 노동자를 옥죄고 착취하는 노동악법이 사라져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은 "사용주가 자기 마음대로 제도와 법을 이용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내쫓기에 우리는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쌍용차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분향하며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김 지부장은 꽃 다섯 송이를 차례로 상 위에 놓고 나서 영정 앞에 노사 합의문을 올려놨다.

김 지부장은 "(노사 합의가) 희생된 분들을 돌아오게는 못 하지만 남은 우리들이 그분들을 잊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말한 뒤 향초를 피웠고, 그 뒤를 이어 범대위 관계자들이 차례로 분향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