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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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한국 조세 분야에 큰 영향을 줬다. 실질적 소유자 문제, 외국법인의 판단 문제, 고정사업장 문제 등 조세소송에서 기준이 될 수 있는 판례들을 생산해 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한국 세법의 법적 안정성을 높여 줬고, 국제적인 조세 추세를 따라잡게 해 줬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하고 있다.

특히 론스타Ⅲ가 서울 강남구의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을 팔아서 얻은 2450억원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처분은 대법원 판결만 세 번 받았고, 소송기간도 13년이나 됐다. 법적 다툼은 2005년 역삼세무서가 론스타에 1002억원의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면서 시작됐다. 론스타가 벨기에 법인인 스타홀딩스SA를 통해 2001년 스타타워를 매입한 뒤 2004년 매도하며 얻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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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한·벨기에 조세조약상 스타홀딩스가 면세라는 점을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려 했지만, 과세관청은 스타홀딩스를 실체가 없는 회사로 판단하고 실질과세원칙(재산의 실질적 주인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익의 소유자인 론스타에 소득세를 부과했다.

13년의 소송, 국세청의 역전승

첫 소송에서 2012년 대법원은 소득세 부과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외국법인인 론스타는 소득세 납부의무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판결 후 과세관청은 법인세 1040억원을 다시 부과했고, 론스타는 납세고지서상 가산세의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2차 소송을 했다.

2016년 대법원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가산세 392억원을 빼고 나머지 법인세를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과세관청이 절차상 문제를 해결해 가산세를 부과하자 3차 소송으로 이어졌고, 2018년 3월 대법원은 가산세에 대해서도 적법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처음 부과한 소득세보다 조금 많은 법인세를 징수하는 성과를 거뒀기에 국세청이 론스타에 역전승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확하지 않게 과세해 납세자와 과세관청 모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쓴 점은 반성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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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건의 대법원 판례 중 최종 판결인 ‘대법원 2018년 3월12일 선고 2017두56117 판결’은 2차 소송의 쟁점이었던 조세조약상 상호합의의 효력과 3차 소송의 새로운 쟁점인 가산세 감면의 정당한 사유에 대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판례다.

원고인 론스타 측은 “재판을 통해 납세의무를 다투고 있던 동안에 대해서는, 론스타가 법인세 신고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며 “무신고가산세(신고해 납세해야 할 국세의 납세액을 기한 안에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한 제재 조치로서 덧붙여서 부과하는 세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과세관청은 한·미 양국이 합의한 것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했지만, 이 합의는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과세 자체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과세관청 측은 “론스타는 세금을 부과하는 명목이 소득세든 법인세든 납세의무를 이행할 의도가 없었다”며 “세금의 부과가능 기간이라면 공평과세를 위해 오류를 고쳐 다시 과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부동산 소재 국가가 세금을 매기도록 한·미 양국이 합의한 것은, 기존 조약 내용의 범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정된 상호합의 절차를 거친 것에 불과해 과세 근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납세의무 지킬 의도 없었다고 보인다”

대법원은 “론스타는 주식의 양도소득 실질귀속자임에도 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벨기에 법인인 스타홀딩스를 설립해 납세주체 확인을 어렵게 했다”며 “소득세든 법인세든 양도소득에 대한 납세의무 자체를 이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보이므로 법인세 신고의무를 알지 못했다는 등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상호합의는 한·미 조세조약 제27조 제2항이 예정한 조약의 적용, 특히 특정 소득항목의 원천을 결정하는 데 관해 발생하는 곤란 또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로 유효하다고 볼 것이므로, 한국은 국내 소재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법인의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는 추상적인 가산세 감면의 정당한 사유에 대해 구체적 정황 중 ‘납세자의 의도’를 중심으로 판단해 가산세를 취소하지 않은 사례로 보인다. 조세조약상 상호합의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조세조약상 개별 조문의 내용과 배치되더라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조세조약의 상호합의의 요건과 효과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 국제과세실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이다. 다만 조세법률주의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해석과 적용일 수도 있어 후속 조치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

국세기본법 제48조에서는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해당 가산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할 뿐 ‘정당한 사유’의 해석·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도 “세법상 가산세는 행정상 제재로서 납세자의 고의·과실은 고려되지 않고, 세법 해석상 의의(疑意·의심을 품음)로 인한 견해의 대립 등으로 인해 납세의무자가 그 의무를 모르는 것이 무리가 아닌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세법상 의무의 불이행에 대해 부과돼야 한다”고 판시해 조금이나마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가산세 감면 사유 가이드라인 필요

론스타 사건에 기존 대법원 판례를 대입해 보면 누가 실질적 귀속자인지,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세법해석상 의견 대립이 있었으므로,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판시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론스타가 소득세든 법인세든 납세의무를 알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납세 신고의무를 게을리한 점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것이다. 이처럼 가산세의 정당한 사유 같은 추상적인 과세요건은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중 과세요건명확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

과세관청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는 납세자를 위해 과세요건 등은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므로 가산세 감면의 정당한 사유도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조약상 상호합의는 조세법률주의에 부합되도록 해석해야

한·미 조세조약상 부동산 양도소득은 그 소재지국(제15조)이, 주식 양도소득은 거주지국(제16조)이 과세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세조약을 적용하면 한국은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의 주식 양도소득은 부동산 양도소득과 같게 취급하도록 1999년 6월 상호합의를 체결했다.

상호합의가 부동산·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부동산 소재지국이 과세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합의한 것이라면, 이는 한·미 조세조약 제16조를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문언(文言)상 한·미 조세조약 제27조에 따른 상호합의는 조세조약의 실행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절차에 불과해 조세조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위 상호합의는 실질적인 조약의 개정에 해당하므로 헌법 제60조에 따라 그 체결·비준에 대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그 절차가 없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조세조약의 개정이 어렵다는 점, 상대방인 미국이 이미 동일하게 과세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세주권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세법률주의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그 해석과 적용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