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수능 최저기준 폐지 반대…학종 줄여달라"
교육부 "대학, 무분별한 학종 확대 숙고하는 계기 될 것"
수시 수능 최저기준 폐지 찬반… 학종전형 공정성 논란으로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대학에 수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하면서 수시모집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능 최저 기준이 없어지면 수시모집이 더 심각한 '깜깜이 전형'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이런 권고가 학생부종합전형의 급격한 확대를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유지와 정시모집 확대를 촉구하는 청원에 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최저학력 기준 유지를 주장한 이들 대부분은 수시모집, 특히 학종전형을 통한 입시의 예측성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학종전형이 합격·불합격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가장 객관적이라고 평가받는 수능 최저기준을 없앨 경우 당락의 예측 가능성과 전형의 신뢰도가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3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학종전형의 정성평가는 다른 학생의 어떤 점이 나보다 더 우수해서 뽑혔는지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 내용 또한 학교별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시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능 최저등급까지 폐지한다면 학생들은 정확한 기준 없이 평가받아야 한다"며 "12년의 노력이 객관적 지표 없이 평가된다는 것은 학생들의 노력을 짓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교육부는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학종전형의 가파른 확대 추세를 억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는 입시체계 속에서 상위권 학교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학종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는 학종전형 모집 비율이 60% 이상(2018학년도 기준)이고, 고려대는 한 해 사이(2017∼2018학년도) 학종전형 비율을 40%포인트 이상 높이는 등 상위권 대학의 학종전형 확대 추세가 가파르다.

수능 최저합격 기준이 없어질 경우 이처럼 학종전형으로 모집 정원의 대부분을 뽑는 것은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학종 확대 등의 정책지표를 빼고, 공정하고 단순한 전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사실상 학종전형의 급격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수능 최저 폐지는 수시를 수시답게 해 학생의 부담을 줄이고, 대학이 지나치고 무분별한 학종 확대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학이 권고를 수용할 경우 2020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시업계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어진다면 각 대학이 학종을 비율을 더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책당국의 바람처럼 수험생·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들려면 수시모집 비중이 지금보다 낮아야 한다는 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어져서 학생들을 변별할 요소가 줄어들면 대학이 구상한 대로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교육부가 이런 권고를 더 강력하게 한다면 상위권 대학들은 학종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8:2인 상황에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다면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역전의 기회'가 없다"며 "수시모집 비율이 낮아져야 장기적으로는 학생 부담이 줄고 내신이 나쁜 학생들도 고교 생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