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파견 나온 민간 근로자도 공기업 정규직으로 해달라고?
지난 3일 청와대 앞.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력생산 분야 근로자 700여 명이 모여 “(민간에 소속된)발전소 정비업무 종사자를 (공기업)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발전소 정비업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공기업 발전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에 파견 나온 민간 기업 근로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모순투성이’라는 게 발전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전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발전소 유지·보수 업무는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전KPS가 독점하다 2003년 민간 기업에 개방됐다. 이유는 한전KPS 노조의 총파업 때문이었다. 발전소 정비를 못 하면 발전소가 멈춘다. 당시 한전KPS가 총파업을 하자 전력수급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고 민간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발전소 정비업무 개방 이후 민간 기업들은 전문성과 서비스, 가격으로 경쟁해 발전소 정비의 50%가량을 맡게 됐다.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한전KPS가 차지하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은 발전산업을 모두 민간 기업이 맡고 있는데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민간이 맡으면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발전업계 근로자들은 민간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한다. 구호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꼽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민간 기업의 공기업화’인 셈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도 지적됐던 문제다. 경비, 환경미화 등에 근로자를 제공해온 용역·외주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민주노총 주장대로라면 단순 노무직이 아닌 발전 분야 전문기업들도 문을 닫아야 한다.

심지어 발전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끝난 것도 아니다. 발전 공기업들은 분과를 나눠 정규직 전환 심의를 하고 있다. 청소, 경비와 같은 단순 노무는 정규직 전환에 합의를 마쳐 전환이 이뤄졌다. 남은 게 연료운전과 경상정비 분과다. 한 노동분야 전문가는 “정규직 전환엔 노사전문가협의회가 필요하다는 걸 민주노총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 조직력이 앞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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