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불만이라고… 판사 비난 '여론전' 나선 특검
“항소심에 불만이 있으면 상고심에서 다시 싸우면 되지 무슨 언론에다가 할 말이 그리 많답니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항소심 반박문’을 바라보는 한 현직 부장판사의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이후 특검이 두 차례나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재판부를 비난하자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검은 항소심이 끝난 지 4시간 만인 지난 5일 오후 7시께 A4 용지 석 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부정한 청탁,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재산국외 도피 등 세 쟁점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특검의 주장과 근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중대한 과오가 있다” “자의적 해석이다”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논리”라며 재판부를 비꼬기도 했다.

수준 이하의 반박과 과도한 비난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특검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근거로 삼아 다시 주장하는 논리적 우를 범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대한 비판의 도가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특검은 재판부가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개별현안이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었다는 재판부 판단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개별 현안의 여러 효과 중 하나로, ‘부분을 전체로’ 볼 순 없다는 식으로 선고문에 이미 설명된 부분이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특검은 7일 이례적으로 두 번째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청와대·정부부처·민간 시장에서 모두 인정하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를 재판부만 불인정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승계작업의 존재를 증언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특검의 공소내용 줄기를 구축해준 김 위원장의 주장을 근거로 삼은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특검은 마필 소유권과 재단 관련 뇌물수수, ‘0차 독대’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진실을 외면했다”며 감정적 언사를 동원해 비판했다. 0차 독대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이미 제출한 정황 증거를 재차 나열했을 뿐이다. 무죄가 선고된 재산국외도피에 대해서도 기이한 결론이라며 “집행유예 석방을 위한 무리한 법해석”이라고 맹비난했다.

검찰의 반박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하기로 결정했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는 게 관행이다. 재판부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며 여론을 선동하지는 않는다. 검찰 내에도 일종의 ‘레드 라인’이 있는 것이다. 대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무리 특검이라도 사법부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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