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거듭 혐의 부인…"투자위 부의도 지시안 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15년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정신이 없어 합병 건은 신경쓰지못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부하 직원들로부터 구체적인 보고도 받지 못한 만큼 삼성 합병안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는 말이 안 된다는 취지다.

문 전 장관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문 전 장관은 "변명 같아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당시는 메르스 상황이었다.

메르스 이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전문위원회에서 부결된 SK 계열사 간 합병 건과 삼성 합병 건이 유사하다는 걸 몰랐냐는 특검 질문에도 "삼성 합병에 대한 내용을 챙길 수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검은 당시 조남권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이 삼성 합병안을 내부 투자위나 외부 전문위 중 어디에서 처리하는 게 유리할지 분석한 게 문 전 장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고도 추궁했다.

하지만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은 장관이 관여할 게 아니다"라며 "당시 메르스에 전념하고 있어서 다른 사안들은 부서에 자율 진행을 시켰다.

장관에게 보고할 건이 있다 해도 최소한으로 줄여서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 일이지 자신이 구체적으로 지시한 바는 없다는 취지다.

그는 삼성 합병안이 전문위에 부의될 경우 성사 방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하지 않았냐는 특검 질문에는 "전문위에 부의되면 어떻게 결론날 것 같냐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직원이 찬성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직원이 과거 위원별 성향으로 추측했다고 해서 제가 '100% 슈어(확실)하게 한 번 더 체크해보라'고 한 듯하다"고 말했다.

문 전 장관은 조남권 국장이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찾아가 합병 건을 내부 투자위에서 결정하라고 했다는 것도 "조 국장이 사전, 사후 보고를 하지 않아 전혀 몰랐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이 "수사 초기엔 왜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썼느냐"고 묻자 "복지부 직원들이 대질조사에서 '장관이 지시를 다 했다'고 말하는 걸 보고 눈앞이 캄캄해졌다"며 "검사로부터 '형사책임뿐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지게 되면 가족 전체가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 '나는 기억이 안 나지만 직원들 기억이 맞는 걸로 할 테니 내게만 책임을 물어 달라'고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