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스마트시티 사업도 무산, 번번이 기대감이 좌절로

'인천판 두바이'를 꿈꾸던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이 무산됐다.

유정복 시장의 해외투자유치 1호 사업이기도 한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은 지지부진한 검단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투자 실패 후유증만 남기게 됐다.

이 사업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성공한 스마트시티의 모델을 검단신도시에 접목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추진됐다.

두바이가 중동 최대의 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을 기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IBM·CNN 등 세계 주요 첨단기업·미디어기업의 중동아프리카본부 3천개를 스마트시티에 유치한 모델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인천시와 두바이는 서구 검단새빛도시 470만㎡에 업무·주거·오락·교육 기능을 복합한 스마트시티 건설에 뜻을 모았다.

인천시 입장에서는 대규모 해외자본을 유치할 수 있고, 두바이는 자국 정부의 도시개발 성공모델을 동북아시아의 경제강국 한국에까지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작년 3월 투자의향서(LOI), 6월 양해각서(MOU), 지난 1월 합의각서(MOA)가 체결되면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각자의 투자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양측의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인천시는 사업 부지 470만㎡를 두바이 측에 2조6천억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내년 1월까지 이행보증금으로 2천600억원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검단새빛도시 도로 건설 등 기반시설 구축 일정에 맞춰 2018년까지 약 6천억원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반면 두바이는 검단경제자유구역 지정 지연 등으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투자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전혀 보장돼 있지 않다며 인천시 최종안 수용을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중동 자본에 대한 냉철한 분석 없이 장밋빛 기대감으로 접근하다가 협상 실패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는 시와 MOU·MOA를 체결한 두바이 공공기업 '스마트시티두바이(SCD)'의 중동자본과 글로벌 유치 역량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인천시 투자유치전략본부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상대방이 5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으로 분석했냐"는 질문에 "그건 정확히 모른다.

두바이 측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파이낸싱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인도 코치와 지중해 국가 몰타에서 진행되는 SCD의 스마트시티 개발사업이 10년 가까이 별다른 진전 없이 지지부진한 점, SCD의 한국측 대행사가 2014년 파주에서도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점을 알고도 인천시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협상을 이어갔다.

두바이 정부가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뒤 현재도 채무 상환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2020년 예정된 두바이엑스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느라 투자 여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간과했다.

인천시가 이런 악조건에도 협상을 강행한 것은 협상 초기에는 사업을 성사시킬 자신감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친박 핵심으로 꼽히던 유 시장은 청와대 및 중앙부처와 잇따라 접촉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도 얻었다.

지금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구속됐지만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그리고 주요 부처 장관에게도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단경제자유구역 지정, 철도·고속도로 검단 연결, LH와 사업 대상 부지 지분 정리 등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안들이 차기 정부에서도 연속성 있게 추진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며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인천시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포기한 사례는 이번 말고도 수없이 많다.

앞서 송영길 전 시장 임기인 2013년에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에잇(8city)시티' 사업이 무산됐다.

총사업비가 무려 317조원에 달한 에잇시티 사업은 중구 용유·무의도를 문화·관광·복합레저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지만 자본금 유치 실패로 6년 만에 정리됐다.

2조500억원을 들여 송도국제도시에 151층 인천타워를 짓겠다는 계획도, 3조7천억원을 들여 영종하늘도시에 이탈리아 밀라노를 본뜬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도 추진 과정에서 모두 좌초됐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