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울산 등 수험생 '지진'에 민감한 반응

"시험을 치는 도중에 갑자기 지진이 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6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183개 시험장별로 수험생 예비소집을 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수험생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시험을 치를 고사장 위치를 파악하고 시험관리자 안내에 귀를 기울였다.

해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올해는 대입 사상 처음으로 '지진' 대피 요령을 소개했다.

대구 경신고 A교사는 "30년 교사 생활을 했지만 지진 대응 매뉴얼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시험감독관이 모여 교육부가 보낸 지진 대응 매뉴얼을 꼼꼼하게 읽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대피 요령을 들은 수험생도 생경하기는 마찬가지다.

수험생 B(19) 군은 "만약 시험 도중에 지진이 나면 감독관 지시에 따라 대피하겠다.

어떤 상황이 와도 친구들이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경북 경주, 울산, 부산 등 최근 발생한 경주 지진 진앙과 가까운 곳일수록 지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교육청은 오전 수험생 예비소집 시간에 '지진 발생 시 수험생 행동 요령'을 지도했다.

수능일인 17일 1교시 수험생 입실 직후에도 다시 한 번 대피 요령을 알려주기로 했다.

경주와 함께 여진이 잇따른 울산 수험생들은 '설마'하며 크게 걱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그래도' 큰 지진이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스러운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울산 모 고교 3학년 학생은 "시험장이 다소 심하게 흔들리면 감독관이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일단 대피할 것 같다"고 했다.

고교 교사 D씨는 "1주일 전부터 대피훈련까지 하는 등 지난해보다 시험 준비에 신경을 부쩍 많이 썼다"며 "행여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2일 규모 5.7 강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시험장에는 특별한 장비까지 갖추어 놓았다.

원자력발전소, 방사능폐기물처리장 등에서 볼 수 있는 지진가속계를 전체 6개 시험장에 층별로 1대씩 모두 30여대를 마련했다.

지진 발생 기미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 수험생 대피를 돕는다.

지난 13일 지진이 난 충남 보령을 비롯한 서천·청양지역 5개 시험장에서도 예비소집에 응한 수험생 1천200여명이 지진 발생 지침 안내에 귀를 기울였다.

시험관리자들은 수험표 교부와 주의사항 말고도 교육부가 시달한 단계별 지진 대응 요령을 20여분간 상세히 설명하고 수험생이 지진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당부했다.

시험관리자들은 수험생이 꼭 알아야 할 지진 대피 요령을 3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이를 보면 진동이 경미한 '가' 단계에서는 시험을 계속 진행하나 일시적으로 책상 아래로 대피한다.

진동이 느껴지긴 하지만 안전에는 위협받지 않는 '나'단계에서는 일시적으로 책상 밑에 몸을 숨긴 뒤 다시 시험을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때도 유리창 파손, 천장재 낙하, 조명파손, 벽체 균열, 기둥·보 미세균열 등 학교 건물에 피해가 발생하거나 학생 개별 상황에 따라 교실 밖 대피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다'단계는 수험생이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경우에도 진동이 멈춘 뒤 학교 시설 피해가 경미하고 수험생 심리 상태가 안정적이면 시험을 속개한다.

그러나 감독관 지시에 불응하고 자기 마음대로 시험장 밖으로 나가는 수험생은 시험 포기자로 간주한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지진이 나면 수험생은 시험감독관 지시대로 움직이면 된다"며 "마음이 불안하면 시험감독관이나 심리상담사 등에게 얘기해 안정을 취하도록 한 뒤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