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보고서, 피해 원인 규명에 혼란…보상절차 지연 원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에 유리하게 실험보고서를 써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호서대 유모(61) 교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14일 "피고인은 사회적 중요성이 큰 연구에 관해 옥시 측의 부정청탁을 받고 그 대가가 포함된 돈을 자문료 명목으로 수수했다"며 징역 1년 4개월과 추징금 2천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런 행위는 호서대에서 수행되는 연구의 공정성, 객관성, 적정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옥시 측에 유리한 의견이 담긴 이 보고서는 옥시 측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이용되면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원인 규명에 혼란을 가져왔다"며 "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절차가 지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2011년 말 실험 공간의 창문을 열어둔 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유해성 실험을 하는 등 옥시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2천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유 교수가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을 허위 등록해 인건비를 청구하거나 연구와 무관한 기자재를 구입하는 식으로 6천800여만원의 연구비를 가로챈 혐의(사기)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유 교수의 연구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발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연구 과정에서 데이터 자체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한 점 등을 참작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보다는 낮은 형을 택했다.

앞서 유 교수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조모(57) 교수는 데이터 조작 등에 따른 증거위조죄까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를 지켜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재판장의 주문 낭독이 끝나자 유 교수를 향해 "살인자", "당신이 학교에서 쌓은 명예를 다 끌어내리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살균제 때문에 두 아이를 잃었다는 한 피해자는 "제발 항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벌을 달게 받으라"며 오열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