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1만7천401곳중 1.4%만 내진설계…전국 100곳중 1곳 꼴 불과
"내진 적용 저수량 기준 낮추는 등 대책 서둘러 검토해야"

전국 대부분 저수지가 지진 대응 사각지대에 놓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저수지에는 내진 설계가 적용됐지만 50년 넘은 노후 저수지를 포함해 90% 이상은 사실상 지진에 방치됐다.

21일 지방자치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3천379개,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1만4천22개 등 전국적으로 1만7천401개 저수지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한다.

이 가운데 1965년 이전 생긴 저수지는 1만2천305개(70.7%), 생긴 지 30년 이상~50년 미만은 4천339개(24.9%), 30년 미만은 757개(4.4%)다.

그러나 내진 설계 적용 대상은 594개(3.4%)에 불과하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은 총 저수량 50만㎥ 이상, 제방 높이 15m 이상인 저수지에 내진 설계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 중 235개는 내진 설계가 적용됐으며 288개는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내진 기능이 양호한 것으로 조사돼 90.6%의 내진율을 보였다.

내진 설계는 성토된 최고 높은 면인 댐 마루 침하에 대비한 여유고(댐 마루 높이와 저수지 최고 수위와의 높이차)를 충분히 확보하거나 취수관 등 주요 구조물을 암반 위에 설치하는 등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양 최대 사력댐인 소양강댐은 총저수량 5억㎥, 높이 45m 이상인 '내진 특등급 댐'으로 분류된다.

사회·안보·경제적 중요성도 고려돼 1천 년 주기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저수용량 29억㎥인 소양강댐은 규모 6.3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 등에 대비해 건설된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저수용량 7천t)은 국가 중요 시설물로 분류돼 규모 6.3 지진에 버티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다.

그러나 규모, 안보 등 이유에서 배제된 노후, 중·소형 저수지들은 지진 대응에서도 벗어나 있다.

전국 대부분 저수지는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외동읍 사곡저수지에서 2㎝ 정도 균열이 발생한 뒤에도 점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저수지 분야가 정책의 사각지대"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자체 관리 저수지는 인력·예산 문제로 방치되기 쉽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예산 확대와 함께 내진 설계 적용 범위를 넓히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한들 소형 저수지까지 점검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내진 설계 적용 기준인 저수량 50만t 이상을 30t가량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와 별도로 기존 시설물 보강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진 발생 직후 비상근무에 돌입하고 진앙지인 경주 인근 저수지를 중심으로 긴급 점검을 시행한 결과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총 저수량이 100만t 이상인 저수지 18곳 등에 대해 정밀 점검을 하는 등 재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영식, 이재현, 손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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