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안 맞는 눈·비, 1급 장애인은 다 맞으라니…"

교통사고로 1급 지체장애인이 된 A(39)씨는 2013년 말 신축 공공임대 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런데 같은 단지 일반분양 아파트와 달리 임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엔 아파트 1층과 이어지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이에 A씨는 항상 지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파트 입구로 이동해야 했다.

폭설이 내리거나 호우가 몰아쳐도, 한여름 땡볕이 내리쫴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일반인은 지하에 주차하고 계단으로 지상에 올라갔지만, 휠체어를 탄 그는 계단을 오를 수 없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A씨는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큰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

결국 그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도움으로 아파트를 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차별구제' 청구 소송을 냈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대아파트 지하주차장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요구였다.

이 법은 장애인이 시설물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때 시설 측이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해선 안 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부(재판장 신헌기 지원장)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파트 1층 출입구 바로 앞에 장애인 주차면이 있다며 A씨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아파트 측이 장애인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아파트를 설계할 당시엔 승강기 설치가 의무가 아니었고, A씨가 주차를 할 때 눈·비에 노출되는 것도 지상 주차장에 비가림막(캐노피)이 없는 해당 아파트의 특수 사정이라고 봤다.

이 같은 판결에 장애인 단체는 "법원이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송을 대리한 염형국 변호사는 "1급 지체장애인은 눈·비를 맞는 게 어쩔 수 없다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A씨는 항소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