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수임료·인맥 강점…IBM도 분쟁땐 중국 토종로펌 찾죠"
중국 법률시장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중국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중국 법률시장은 지난 20여년간 이미 충분히 개방됐기 때문에 글로벌 로펌의 공세가 두렵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중국 최대 로펌인 킹앤드우드 멜리슨스의 두후이리 대표변호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중국 로펌의 경쟁력을 설명하면서 세계적 기업인 IBM 사례를 들었다. 두후이리 변호사는 “중국 진출 초기 IBM은 중국 내 법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미계 로펌을 찾았지만, 지금은 중국 로펌에 일을 맡긴다”며 “글로벌 로펌이 중국 로펌보다 업무 능력이 낫다고 장담할 수 없고 수임료도 더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으로 꼽히는 중룬의 우펑 대표변호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글로벌 로펌의 중국사무소 매출이 중국 현지 로펌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역전됐다”며 “중국 로펌은 변호사를 계속 영입해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글로벌 로펌의 중국사무소는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로펌인 준허의 샤오웨이 대표변호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중국 시장에 관해선 중국 변호사들이 제 실력을 더 발휘할 수 있고, 인맥도 넓어 분쟁 해결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로펌의 업무 범위에 여러 제약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로펌들이 송무(소송)만 빼고 대부분 법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게 중국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중국 법률시장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개방됐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샤오웨이 대표는 “중국의 의료, 교육 분야는 정부의 주도적인 관리 아래 발전했지만 법률 분야는 정부가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며 “정부 주도가 아니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했기 때문에 글로벌 로펌이 자유롭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이미 시장 개방에 적응한 상태기 때문에 법률시장 개방에 두려움이 없다”며 “글로벌 법률시장이란 큰 숲 안에서 중국은 혼자서 큰 나무로 성장했다”고 비유했다.

두후이리 대표는 “글로벌 로펌에 채용된 중국 변호사는 본인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을 써서 소송을 제외하고 사실상 어떤 업무든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외국 변호사가 글로벌 로펌에서 중국 로펌으로 옮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펑 대표는 “중국 법률시장의 급성장으로 중국 토종 로펌의 전망이 밝고, 여러 법률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는 30만명의 변호사가 있으며 글로벌 로펌은 300개 정도가 진출해 있다. 황남석 경희대 교수는 “중국 정부는 외국 로펌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현실에선 외국 로펌들이 광범위한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법률서비스 산업 규모는 2014년 기준 연매출 84억달러(약 9조7000억원)로 2009년 이후 연평균 9.7%씩 성장했다.

베이징=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