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 제도 악용해 암암리에 호재성 정보 누설…13명 적발…4명 구속 기소

우량 중소기업의 신속한 상장과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 제도를 악용해 수십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일당이 처음으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화장품 관련 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 재무담당 상무 김모(45)씨와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모(43)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또 전 미래에셋증권 직원 김모(37)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콜마비앤에이치 직원 강모(43)씨 등 3명을 벌금 2천500만∼3천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들은 2014년 7∼8월 스팩 제도로 콜마비앤에이치를 우회 상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합병 정보를 이용해 모두 67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 상장이 여의치 않자, 2014년 미래에셋증권과 스팩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스팩 회사는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다.

일단 상장을 하고서, 상장이 어려운 우량 중소기업과 합병해 우회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로 2009년 시행됐다.

이를 통해 2014년 4월 22일 설립된 스팩 회사가 '미래에셋제2호스팩'이다.

이 회사는 같은 해 7월 23일 공모가 2천원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 스팩 회사가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한다는 사실이 발표되면 스팩 회사의 주가가 폭등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해 8월 25일 합병 결의가 공시되자 미래애샛제2호스팩의 주가는 시초가보다 6배 이상 폭등했다.

합병 업무를 담당했던 콜마비앤에이치 재무 담당 상무 김씨는 이러한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몫 잡기로 했다.

그는 미래에셋제2호스팩 주식 3만여주를 미리 사들여 합병 발표 후 되팔아 2억2천만원을 손에 쥐었다.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씨는 이 합병 사실을 경영 상담 업체인 '구루에셋' 대표 윤모(43·구속기소)씨에게 전달했다.

윤씨는 자신과 가족, 회사의 명의를 총동원해 89만여주를 미리 사들여 55억 3천500만원을 챙겼다.

이 정보는 콜마비앤에이치와 미래에셋증권 직원, 일부 펀드매니저와 그 가족에게까지 퍼져 1천700만∼3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거뒀다.

한국거래소는 작년 7월 이러한 사실을 포착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했고,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통해 검찰로 이첩됐다.

검찰은 콜마비앤에이치 등 관련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250여명의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사건을 밝혀냈다.

검찰은 또 다른 콜마비앤에이치 직원 18명도 이 정보로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사들인 주식이 소량에 불과해 입건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자들이 스팩 제도를 악용한 비리를 대규모로 적발한 첫 사례"라며 "정보 보호하고 악용을 막아야 할 내부자들이 사익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한편, 스팩과 같이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금융 제도를 이용한 범행을 지속해서 단속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