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증세로 병원 진료받고 귀가한 다음 날 일가족 숨져

"초등학생 아들의 두통 등 일산화탄소 중독 전조 증세를 감지만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강원 평창에서 초등학생과 부모 등 일가족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기 전날 전조 증세로 병원진료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평창군의 한 초등학교에 지난 2일 입학한 신모(8) 군은 입학 7일 만인 지난 9일 부모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0일 시행한 부검 결과 신 군 등의 혈액에서 치사량(25%)의 2∼3배인 55∼66% 높은 일산화탄소 농도 수치가 나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는 신 군 일가족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가족이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되기 나흘 전 신 군에게 두통 등의 전조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군이 두통과 복통을 한 것은 지난 6일 오후였다.

부모는 신 군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자 오후 8시 27분께 119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열을 식히는 등 간단한 응급조치를 받은 신 군은 119구급차량에 실려 오후 9시 12분께 강릉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서 오후 10시 30분께 퇴원했다.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신 군의 어머니에게도 별도의 검사를 권유했으나 어머니 김모(34) 씨는 평소 다니던 병원을 방문하겠다고 한 뒤 같은 날 오후 11시께 귀가했다.

경찰은 신 씨의 어머니가 다음날인 7일 오전 1시까지 지인과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같은 날 오전 7시부터 아버지인 신모(43) 씨의 휴대전화에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 기록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신 씨 가족의 사망 시각이 지난 7일 오전 1시∼오전 7시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 경찰은 사건 전날 신 군의 두통·복통 증세가 일산화탄소 중독의 전조 증세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신 군 일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한 인척이 지난 9일 오후 3시께 학교 측에 신 군 등교 여부를 확인하면서 신 군과 부모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학교 측도 신 군이 사흘째 등교하지 않는 데다 부모도 연락되지 않자 직접 가정 방문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시행한 2차 현장 감식에서 보일러 연통 마개가 막혀 있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신 군 일가족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이 보일러 배기가스 역류 등 연기배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담당 경찰은 "연통의 마개를 세탁기 뒤에서 찾아냈는데, 연통을 막고 있어야 할 마개가 왜, 언제 떨어졌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평창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