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에 내장재와 전자제품 등을 납품하는 중견기업 회장이 계열사를 헐값에 자기 소유 회사로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계열사를 자기 개인회사에 헐값에 넘긴 혐의(배임)로 H사 유모 회장(53)과 이를 도운 경영지원본부장 곽모씨(54)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유 회장은 2010년 10월 H사가 중국에 설립한 K사를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D산업에 팔아 넘기는 방법 등으로 H사 주주들에게 17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유 회장은 적정가치가 2092억원인 K사를 저평가받게 한 뒤 이 회사 지분 58%(255억원)를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는 D산업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H사는 134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K사의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해준 세무법인의 정모 대표(59)도 배임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 회장은 K사가 D산업에 넘어간 뒤 H사의 자동차 부품 수출 경로도 조작했다. 이로 인해 H사가 D산업에 362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해 H사에 추가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파악,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했다. 다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1월 약1459억원어치의 D산업의 지분 100%를 H사에 무상 증여하는 등 피해회복에 나선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을 낮게 평가해 시세를 조작해 팔아넘겨 오너 기업인이 이익을 챙긴 수법”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