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다운타운에 넘쳐나는 한국인…학군 좋은 집 사려다 포기
3년 전 캐나다 토론토 여행을 갔을 때 밴쿠버에도 잠깐 들렀다. 캐나다 서부에 위치한 밴쿠버 역시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이민자들이 속속 모여드는 곳이다. 노후를 위한 복지뿐 아니라 공교육 제도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밴쿠버에 갈 때마다 외국인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을 가장 먼저 찾아간다. 일단 숙소는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을 예약한다. 숙박료가 하루에 500달러를 넘지만 다운타운 중심에 있어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사들고 동네를 한 바퀴 걸으며 밴쿠버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지난번 여행에서는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부동산중개업을 함께하는 A사장과 동행했다. 나는 "학군이 좋은 다운타운의 콘도를 보여 달라"고 제안했고,그는 다운타운에 위치한 코퀴틀담과 람습을 추천했다.

유명한 공립학교가 몇 군데 있어서 외국인이 유학을 많이 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교육열 높은 한국 이민자와 조기 유학생이 너무 많았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10명 중 7명이 한인이었다. 나는 조건 하나를 더 달았다. "한인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을 추천해 주세요. "

그는 짐짓 당황하는 눈치였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유학오는 곳이 밴쿠버이고,부동산 투자를 위해서 밴쿠버를 찾는 사람들도 한인타운을 가장 선호한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 말고 외국인이 선호하는 투자처를 찾으니 당황할 수밖에.그는 "밴쿠버로 유학 오는 한국인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가도 한인이 없는 곳은 없다"며 조심스레 버나비 지역을 추천했다. 몇 년 전 자녀들의 조기 유학을 위해 밴쿠버를 찾았던 개그우먼 이성미씨 역시 다운타운에 한인이 너무 많다며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 버나비라는 것이다.

다운타운 더룩아웃에서 직선거리로 10㎞ 떨어진 버나비.이곳 역시 적잖은 한인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내가 원하는 집은 외국인이 모여 살고,실거래도 외국인 사이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일단 버나비는 도심 외곽 지역이라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동네이고 학군이 좋다고 한다. 물론 유학생이 많다 보니 학군이 좋은 것이 첫 번째 조건이어야 하겠지.그런데 아무리 학교 시설이 좋고,프로그램이 좋으면 뭐하나. 학생 10명 중 절반이 한국인이라면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거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더구나 한인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한인 교회에 가면 외국인이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일본인이나 중국인도 없다. 그들끼리 모임을 하고 정보를 주고받고,그렇게 외국 생활의 절반을 한인들과 함께한다.

왜 타지 생활이 외롭지 않겠나. 대화가 통하는 친구들과 외로움을 달래고,고민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사업과 투자도 다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해결하니 이것이 문제다.

중국인들은 어느 나라를 가든 한인타운보다 훨씬 더 큰 차이나타운을 형성한다. 그들이 영역을 확장하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사업체에 동업을 하지 않는다. 세탁소,델리,음식점을 운영하는 주인은 함께 돈을 모아 건물을 같이 산다. 임대수익 사업은 함께하지만 사업체를 동업으로 쪼개지는 않는 것이다. 건물 장사에 눈을 뜬 중국인들은 그렇게 야금야금 다운타운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고국과 가족의 그리움을 나누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신의 활동 영역과 사업 영역을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왜 밴쿠버까지 와서 작은 물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려고 하는가. 외국 자본을 자신의 돈으로 만들고,한인 커뮤니티를 확장하려는 큰 꿈을 왜 가지지 못할까.

내가 원하는 투자처는 버나비가 아니다. 한인이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동네가 아니라 외국인이 모여 사는,그들의 돈을 내 주머니에 채워 넣을 수 있는 더 넓은 시장을 원한다.

나는 한국인들이 한인타운을 벗어나 더 큰 꿈을 실현했으면 좋겠다. 외국에까지 나가서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성공한 한인으로 인정받기보다는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학자,학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