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정현씨(32)는 올해 시어머니를 위한 어버이날 선물을 영캐주얼 브랜드에서 골랐다. 지난해 어버이날 때 시어머니에게 갈색 카디건을 선물했다가 "노티나는 것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들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 자신이 즐겨 입는 브랜드에서 옷 한벌을 구입해 선물용 포장을 맡겼다. 김씨는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 모두 젊게 보이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 영(young)한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선물의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등 예년에 무난했던 중 · 노년층 선물 트렌드에서 벗어나 젊은 브랜드 패션과 첨단제품,고가의 아웃도어 품목이 주력 선물군을 형성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조류에 뒤처지지 않고 젊고 적극적으로 살려는 부모세대의 인식이 어버이날 선물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7일 옥션에 따르면 어버이날 선물용 패션잡화 판매량은 250%가량 급증한 반면 건강식품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G마켓에서도 나이보다 젊게 보이게 하는 패션용 가발 제품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가량 증가했다. 줄어드는 머리숱으로 고민하는 60대 이상 부모세대들이 멋부리기용 부분가발을 선물로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몸매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들은 고가의 체형 보정속옷도 선호,판매량이 작년보다 평균 30% 늘었다. 구본승 G마켓 패션잡화팀 팀장은 "요즘 중 · 장년층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노인용 화장품 선물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브랜드도 어버이날 선물용으로 인기다. 딸과 함께 잡화매장을 찾는 50대 어머니들은 모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가방을 고른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지난달 말 고객들에게 부친 '가정의달 선물DM'코너에 '오브제'나 '미샤'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고급 아웃도어 제품과 컴포트화도 부모님들이 요구하는 선물 목록 1호다. 강우진 롯데백화점 아웃도어CMD(선임상품기획자)는 "나이대를 불문하고 5월 첫째주 남성용 선물로 가장 인기를 끈 건 아웃도어 상품으로,작년보다 매출이 36.4% 늘었다"고 말했다. 우소영 옥션 과장은 "일명 '효도화'로 알려진 컴포트화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아이폰 열풍에 따라 터치폰과 스마트폰을 요구하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강대현 하이마트 대치점 지점장은 "효도폰 보다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이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이 선물용으로 각광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어린이날 못지않게 데스크톱과 노트북도 어버이날 선물용으로 인기라고 강 지점장은 말했다.

이고운/오상헌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