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연 매출 100억원가량의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경영자다. 앞으로 10여년 후 회사를 장남에게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인데 최고 50%에 이르는 고율의 상속세가 걱정이다. 아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가업을 이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상담을 의뢰한 최효봉씨(53 · 가명)는 그간 회사 경영에 몰두하느라 재산 상속에 관해서는 아무 준비를 하지 못했다. 이는 은퇴 시기가 가까워진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생각이 있다면 우선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 상속 재산이 얼마나 될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사전 증여를 통해 상속 재산의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자녀 입장에서는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해서 종신보험에 들어 놓으면 상속세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상속 재산 평가부터

최씨는 15년 전 자본금 5억원을 출자해 회사를 설립,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주의할 점은 최씨의 지분을 아들에게 상속할 경우 5억원보다 훨씬 큰 금액이 상속가액으로 결정돼 상속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최씨의 회사가 상장 기업이라면 상속일을 기준으로 2개월 전후의 평균 주가를 산출해 상속가액을 결정한다. 비상장 기업의 주가는 주당 순손익 가치의 60%와 주당 순자산 가치의 40%를 합산해 평가한다. 주당 순손익 가치는 상속일 이전 3개 연도의 주당순이익의 가중 평균을 구한 뒤 10을 곱해 나온 금액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을 10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주당 순자산 가치는 기업의 순자산을 발행주식 수로 나눈 금액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최씨가 가진 회사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 보니 49억4960만원이었다. 자본금 5억원인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데 상속세는 자본금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한다는 얘기다. 가업상속 공제와 상속세 일괄 공제를 적용해도 과세표준액이 24억6976만원이나 돼 8억2790만원의 상속세가 붙는다.

가업상속 공제는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 재산의 40%를 공제해주는 제도로 기업이 존속한 기간에 따라 10~14년은 60억원,15~19년은 80억원,20년 이상은 100억원 한도로 공제를 적용한다. 단 상속인(기업을 물려받는 사람)은 피상속인(기업을 물려주는 사람)이 죽기 2년 전부터 그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야 하고 상속 후 10년간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해서는 안 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공제받을 수 있다.

◆사전 증여로 상속 재산 줄이기

비상장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 합법적인 범위에서 보유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려 상속 재산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면 주당 순자산 가치가 줄어 주가가 떨어진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등 비용으로 처리되는 금액을 늘려도 순이익이 줄어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했다면 사전 증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재산의 일부를 미리 증여해 놓으면 사망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줄어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

증여세 공제를 받으면 배우자에게는 10년간 최대 6억원,자녀에게는 10년간 최대 3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6억원과 3000만원이라는 금액이 너무 작다고 여겨지면 배우자에게 7억원,자녀에게 1억3000만원을 10년에 한 번씩 증여하면 세금을 줄이면서 비교적 많은 재산을 증여할 수 있다. 증여세 공제 부분을 제외한 1억원에 대해 증여세 최저 세율인 10%가 적용돼 각각 1000만원씩의 세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죽기 10년 이내에 증여한 것은 다시 상속 재산에 합산돼 세금이 매겨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해야 사전 증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비교적 이르다고 할 수 있는 50대부터 재산 상속 및 증여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종신보험으로 상속세 재원 마련

자녀는 상속세 재원을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 아무 준비 없이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낼 현금을 만들기 위해 상속받은 재산의 일부를 팔아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을 팔 경우 급하게 매각하느라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고 양도소득세도 내야 해 손해가 커진다.

상속세 재원 마련에는 종신보험이 효과적이다. 피상속인(아버지)을 피보험자로 해서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피상속인이 죽었을 때 나오는 사망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피보험자가 갑자기 죽더라도 약정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종신보험의 장점이다.

다만 사망 보험금도 상속 재산의 일부로 인정해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일을 피하려면 종신보험의 계약자 및 수익자를 상속인(자녀)으로 해서 가입해야 한다. 거액 자산가들은 상가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자녀를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으로 보험료를 내도록 해 재산도 물려주고 세금 부담도 줄이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신고만 제때 해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상속세는 상속일로부터 6개월,증여세는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면 세금의 10%를 공제받는다. 반면 제때 신고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