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트랙터가 불불불 소리를 내면서 광장을 갈아엎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기간 동안 많은 조문객이 다녀가면서 망가진 잔디를 새로 깔기 위한 공사였다.

이곳을 지나던 몇몇 시민에게 "잔디공사에 대한 느낌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또 새로 까네요"라고 답했다. 이어지는 말도 대동소이했다. "공사를 했으니 당분간 또 못 들어가게 하겠네요. " 길가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또'자를 빼놓지 않았다.

잔디교체 공사가 그동안 몇 번이나 있었는지 궁금했다. 서울시 출입기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2004년 5월 개장 이후 일곱번이나 전면 갈아엎기가 있었다. 2006년 3월과 6월,2007년 3월,2008년 3월과 7월,2009년 3월과 8월.크고 작은 보수공사는 더 많았다. 매년 평균 다섯 차례라고 하니 최소한 20차례나 된다. 3월마다 공사가 있었던 것은 겨우내 얼어붙은 잔디를 바꿔야 했기 때문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

비용도 따져 물었다. 전면 갈아엎기의 경우 잔디값으로만 6500만원이 들었다. 인건비 등 기타 비용은 제외다. 결국 매년 1억원 이상이 꼬박꼬박 잔디값으로 나가는 셈이다. 반면 광장사용료로 거둬들인 수입은 미미했다. 2006년 3000여만원, 2007년 1500여만원, 2008년 2900여만원.수치로만 보면 매년 광장 운영으로 8000만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큰 집회가 있을 때마다 갈아 엎어야 하는 광장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서울시는 잔디 외에 대안이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심 내 잔디광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비용지불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1년에 평균 두 번씩 트랙터가 공사를 하고 그 결과 며칠씩 출입금지돼 들어갈 수 없는 잔디광장을 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다르다. 도심 내 잔디광장이 보기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심심하면 바꾸는 구청식 공사와 뭐가 다르냐는 것.개장 5주년을 앞두고 서울시는 잔디만능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기회에 1억원씩 먹어치우는 광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업그레이드된 광장으로 거듭나게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큰 집회가 열릴 때마다 갈아엎히는 잔디도 못할 일이 아닐까.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