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게 하고 몰래 꽁초서 DNA 추출


경찰이 전남 화순의 노파 살해범 검거 과정에서 편법으로 피의자의 DNA(유전자)를 채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직원들을 계도해야 할 경찰청은 내부 소식지에 이 같은 편법 수사를 우수 수사 기법으로 소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전남 화순경찰서와 경찰청 소식지 `정성을 다하는 수사경찰' 등에 따르면 화순경찰서는 최근 노인을 살해하고 현금 20만원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A(60)씨를 구속했다.

조사결과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 정보와 A씨의 DNA는 명백하게 일치했다.

경찰은 탐문 과정에서 피해자의 옆마을에 사는 A씨가 손에 상처를 입은 것을 수상히 여기고 용의선상에 올려 DNA 대조를 통해 범인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문제는 경찰이 A씨의 DNA를 본인의 동의를 받거나 법원의 영장을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채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가 구강세포 제공 요청을 완강히 거부하자 경찰은 그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유도한 뒤 버린 꽁초를 몰래 수거해 DNA를 추출했다는 것이다.

경찰 소식지는 이에 대해 "이유없이 구강세포 채취를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유도하여 담배꽁초를 수거, 감정의뢰"라고 명시하고 모범 사례로 선정했다.

경찰이 개인의 DNA 정보를 확보하려고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당사자 몰래 편법으로 DNA 정보를 채집한 것인데 경찰청은 오히려 이런 기법을 칭찬한 것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직원은 "피의자가 구강세포 제공을 거부할 때는 정식으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한다.

편법 논란이 제기되면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관은 "명백히 DNA 정보 제공을 거부한 피의자에게 증거확보를 위해 담배를 피우도록 유도했다면 문제가 된다"며 "해당 경찰관을 지도하기는커녕 내부 소식지에서 모범 사례로 소개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화순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에게 흡연을 유도했다는 소식지 내용은 일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경찰관은 A씨에게 담배를 권하지 않았고 A씨가 스스로 피우고 화단에 버린 담배꽁초를 수거해 DNA를 분석했으며, 이후 재차 A씨의 동의를 얻어 정식으로 DNA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서울ㆍ화순연합뉴스) 윤종석 손상원 기자 banana@yna.co.kr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