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 넘는 거액이 투입될 `유익한 일'은 뭘까.

대법원이 29일 차명재산 관리를 통한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조세포탈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매듭지음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사회환원을 약속한 차명재산의 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4월 특검 수사를 통해 삼성그룹은 옛 전략기획실을 앞세워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이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생명의 지분 16%가 이 전 회장의 차명지분으로 밝혀지는 등 전략기획실이 삼성 임원들의 이름으로 관리한 차명자금 규모는 삼성생명 2조3천억원 상당을 포함해 4조5천억원에 달했다.

특검은 차명 재산을 관리하던 전략기획실 재무라인 임원들이 1천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아 5천643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양도소득세 1천128억원을 포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이 선고됐고, 이날 대법원에서 유죄가 그대로 인정됐다.

삼성은 지난해 4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특검 수사로 드러난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실명 전환을 완료하면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계좌의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고, 지난 2월까지 실명전환을 끝냈다.

삼성은 이 사안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벌금 및 추징세 납부 문제 등을 처리하고 나서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쓰는 일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이 실명전환한 차명재산은 삼성생명 주식 324만4천800주, 삼성전자 보통주 224만5천525주, 삼성전자 우선주 1만2천398주, 삼성SDI 주식 39만9천371주다.

이중 시가로 환산했을 때 2조원이 넘는 삼성생명 주식은 조세포탈이 문제가 되지 않아 유익한 일에 쓰일 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포함한 나머지 2조원대의 재산 중에서 벌금 납부액 등을 제외한 몫이 유익한 일에 사용될 예정이고, 삼성 측은 이 돈이 최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은 쇄신안 발표 당시 돈의 용처에 대해 `유익한 일'이라고만 언급했고, 지금도 구체적인 용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은 다만 2007년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8천억원과는 다른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조원대의 거액이 쓰일 `유익한 일'이 무엇인지에 재계 인사들의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