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촛불 재판 개입 문제를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엄중경고하고 이에 신 대법관이 법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사과했지만 파문은 쉽게 수습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이 대법원장의 엄중경고 조치와 관계없이 14일 오후 6시30분 예정대로 판사회의를 강행키로 했다. 공식 안건은 △재판권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 △전국 법관 워크숍 결과 보고 및 의견 수렴이다. 신 대법관에게 내린 대법원장의 경고조치가 적절했는지와 신 대법관의 거취에 관한 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법원장과 대법원은 단독판사 회의에서 논의되거나 의결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소장 검사들의 의견을 무작정 무시했다간 자칫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서울북부지법 부산지법 등에서도 벌써 판사회의 소집 움직임이 일고 있어 논란이 증폭될 소지가 커 보이는 상황이다.

반면 소장 판사들의 집단행동에 제동을 거는 선배 법관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해 신 대법관 문제가 신 · 구 세대 법관들 사이의 대립으로 비화될 기미도 나타나고 있다. 정진경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징계로는 정직도 힘들 사안을 갖고 대법관을 사퇴시킨다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신분 보장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면서 "법관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일부 판사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이 대법원장이 엄중경고로 신 대법관 문제를 일단락짓기로 한 데 대해 전국 법관들에게 회람시킬 연판장 작성을 논의했으나 일단 보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