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을 주민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봉하마을을 떠난 지 22시간여 만인 1일 오전 5시55분께 사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노 전 대통령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으나 웃음을 머금은 채 별다른 제스처 없이 곧장 사저 정문으로 향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말씀 해달라"는 취재진과 "노무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잠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사저 안으로 사라졌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전날 소환길을 배웅했던 일부 참여정부 인사도 사저 앞까지 나와 노 전 대통령의 귀가를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사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많이 피곤해 하셨다"며 "오전에는 푹 주무시고 오후에 일어나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전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에 동행한 김 비서관과 문재인 변호사도 이날 오전 일찍 사저를 떠났다.

전날 밤을 뜬눈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진 권양숙 여사도 이날은 안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권 여사 상태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대검으로) 출발할 때는 눈물을 흘리는 등 상당히 안 좋았는데 이제는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검찰이 권 여사를 재소환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가끔 불안해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은 전날과 달리 평온했다. 노사모 등 지지자 40여명은 노 전 대통령의 귀가 현장에서 "수고했습니다""노짱님,사랑합니다"라고 구호만 외친 뒤 오전 6시10분께 해산했다. 전 국민의 눈길이 쏠린 하루를 보낸 봉하마을에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다시 조금씩 이어졌다. 봉하마을관광사업소 관계자는 "전날까지 관광객이 줄어 하루 1400명 정도 왔는데 오늘은 취재진이 빠져나가면서 노 전 대통령의 거취가 궁금한 관광객이 조금씩 늘면서 평소 방문객 수인 1700명 선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김해=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