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대법원에서 마지막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30일 대법정에서 김모(77ㆍ여) 씨가 세브란스 병원 운영자인 연세대를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장치제거 등 청구소송 상고심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병원 측은 "가족의 진술만으로 당사자인 김씨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추정하면 가족의 의사가 김씨 본인의 견해인 것으로 대치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원심이 가족의 말에 지나치게 의지해 김씨의 입장을 추정했다"고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주치의가 김씨의 기대 여명이 상당히 남은 것으로 보고 있음에도 원심재판부는 회복 불가능한 죽음의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불가역적인 죽음의 과정에 진입했는지 판정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씨의 특별대리인은 그가 평소에 `소생하기 어려우면 호흡기를 끼우지 말라', `기계에 의해 목숨을 이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음을 고려할 때 연명치료는 자기 결정권에 반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참고인으로 나선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이 `의미 없는 생명 연장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말라. 인공호흡기는 안 된다'고 구두로 의사표시한 것을 의료진이 수용한 점을 들면서 김씨도 사전에 명시적으로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냈다.

작년 2월 김씨가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자 자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1ㆍ2심 재판부는 김씨의 존엄사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1ㆍ2심 재판부는 "김씨가 남편의 임종 때 생명을 며칠 연장할 수 있는 수술을 거부해 임종을 맞게 하고 평소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는 등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녀의 손을 들어줬던 것.
하지만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김씨가 통증 반응을 보이는 등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이고, 환자의 생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특성을 들어 상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 달 21일 선고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