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공익 해칠 목적' 엄격 판단

법원이 `미네르바' 박대성씨에게 20일 무죄를 선고한 것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박 씨가 올린 두 개의 글을 문제 삼아 적용한 법 조항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이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면…"이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데 이를 위헌 소지가 있다는 등 문제를 삼는 쪽에서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법 적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이 조항은 현 정부 출범 이전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가 작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 벌어지던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각종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난무하기 시작하자 검ㆍ경이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 하에서 미네르바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박 씨가 자신이 올린 글이 거짓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공익을 해칠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문제 삼은 박 씨의 글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가 실제로 직접 공문을 보내 달러 매수를 금지한 일이 없고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씨의 글이 오르기 전에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 자제 요청을 한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져 있었고, 박 씨가 일반적 외화 환전과 크게 다른 외화예산 환전의 개념을 혼동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라는 7월30일자 글을 올린 점을 고려할 때 일부러 거짓글을 올렸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씨로서는 나름대로 사실이라고 판단해 올린 글이기 때문에 여기에 전기통신기본법의 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박 씨에게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바닥나게 하려는 등의 공익을 해칠 목적도, 그럴 영향력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것은 행동의 동기와 수단, 내용, 경제 상황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박 씨는 개인들의 환차손을 막으려고 글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시 외환보유고가 실제 감소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박 씨의 `대정부 긴급공문 발송'이라는 작년 12월28일자 글이 오른 이후 달러 매수량이 증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이 순전히 박 씨의 글 때문이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고 계량화 또한 불가능하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박 씨가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전기통신기본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공익을 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허위 통신'이어서 법집행자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 명확한 개념"이라며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