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뒤 어린 시절에는 평생 젊고 건강할 것 같지만 점차 늙어가면서 병에 걸리고 결국 숨지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치아도 이 같은 생로병사의 길을 걸어간다. 과거에는 60세를 넘겨 정년 은퇴하고 10~20년의 노후생활을 보내리라 예상했지만 100세 장수를 내다보는 요즘에는 은퇴 후 장장 30년이란 세월을 내다봐야 한다.

그런데 30년의 축복을 치아가 없어 씹지 못한 채 틀니로 보내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태어나서 잇몸 밖으로 처음 머리를 내미는 치아는 아래앞니.생후 만 6개월부터 잇몸 밖으로 올라오지만 젖니의 실제 씨앗은 엄마가 임신한 지 4~5개월부터 형성된다. 출생 후 2개월째에 비로소 앞니의 머리 부분이 완성되면 6개월께부터 순서대로 올라오기 시작해 치아뿌리까지 완성되는데 1년 반 정도 걸린다. 만 2~3세가 되면 어금니까지 총 20개의 젖니가 올라와서 어린아이의 작은 턱뼈에서 먹고 씹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만 6세가 되면 턱뼈가 커지면서 젖니의 어금니 뒷부분에서 4개의 영구치가 올라오고 만 12세까지 20개의 젖니보다 8개(상하 좌우에 어금니 2개씩 추가)나 많은 28개의 영구치가 들어선다. 흔히 치아는 잇몸뼈 밖으로 올라온 다음 치아가 더 커지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은 턱뼈가 성장하는 시기에 젖니 밑에 잠복해있던 더 큰 영구치가 밀고 올라온 것이다.

영구치가 잇몸뼈에 올라오는 순서와 위치가 일정하지 않으면 치열이 비뚤거린다. 턱뼈의 크기에 맞게 이가 나오지 않으면 주걱턱 옹니 뻐드렁니 반대교합(아랫니가 윗니보다 튀어나옴) 가위교합(윗니가 아랫니보다 지나치게 많이 돌출) 등이 되면서 주인의 얼굴을 못 생기게 만든다.

치아는 칼슘인산의 결정체로 인체 중 가장 단단하지만 매일 3회 30분씩 식사하고,하루에 침을 2000번쯤 삼키고,하루에 수십분간 말하는 과정에서 마모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하루에 침을 2000번쯤 삼키고 위아래 치아의 한 번 맞닿는 시간이 0.5초라고 가정한다면 하루에 1000초(약 17분),즉 하루 중 1%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에 치아는 마찰한다.

매일 반복적으로 위아래 치아를 사용하다 보면 치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유리창을 매일 2000번씩 약한 힘이지만 계속 반복해 두들기면 어느 날 창모서리에서 균열이 생기고 멀리 떨어진 부분을 두들기더라도 금간 부분이 점점 균열돼 급기야 유리창이 깨져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울러 음식을 씹을 때 치아 위아래 접촉면에 전달되는 힘은 약 50㎏으로 치아에 금이 가면 균열선을 따라 힘이 가해지면서 가장 취약 부위인 잇몸 근처 치아목 부위가 V자 모양으로 패이면서 치아도 늙어간다.

더욱이 치아는 위아래가 계곡과 봉우리처럼 정교하게 맞물려야 하는 데 잘못된 치아배열로 위아래 치아가 서로 봉우리끼리 맞부닥친다면,또는 치아의 씹는면(교두)이 마모돼 편평해져 있다면 정상보다 훨씬 더 큰 스트레스가 치아에 가해지게 된다. 이 스트레스는 치아뿌리를 타고 잇몸뼈로 전달되면서 잇몸과 턱관절에까지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따라 치아의 노화는 전신적인 노화로 파급될 수 있다.

아무리 타고난 이가 튼튼하고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40~50대가 되면 치아가 시큰거리고 차고 뜨거운 음식에 민감해지며 잇몸이 붓고 고름과 입냄새가 나면서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치아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거나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 잇몸뼈를 보존하고 충치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충치 유발세균은 치아를 검게 변색시키고 치아 가장 바깥층의 보호막에 생긴 균열을 따라 쉽게 치아 안쪽으로 침투한다. 치아 내층은 섬유질이 많고 신경조직이 분포돼 있어 충치가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더욱이 달고 끈적거리는 기호성 식품을 즐기거나 담배를 피우고 딱딱한 음식을 씹거나 외상까지 입는다면 28개나 되던 치아는 하나둘씩 사라져 갈 것이다.

과거 일본에서 시작된 2080 치아캠페인은 '나이 80세까지 치아 20개만 있으면 된다'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지만 이젠 '20세의 젊고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한다'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단순히 양치질하고 충치가 생긴 후에 땜질하고 잇몸 질환이 생겨 치아가 흔들리고 나서야 스케일링을 받는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치아를 잃고서 틀니를 하는 것은 마치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100세 장수시대에 걸맞은 특별한 치아 안티에이징이 필요하다.

신경민 <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모나리자 치과 원장 >

◆ 치아 안티에이징 10대 수칙

1.건강하고 환한 표정을 지닐 수 있도록 입 근육운동(입술요가)을 한다.

2.칫솔로 잇몸 마사지를 해준다.

3.40세 이후에는 매년 두차례 이상 스케일링을 한다.

4.저강도 레이저로 치주세포를 활성화시킨다.

5.불소 영양분을 공급하고 치아와 잇몸뼈에 좋은 음식을 섭취한다.

6.비뚤어진 치열을 교정해 치아의 마모와 잇몸 파괴를 막는다.

7.마모된 치아의 양 단면(교두)을 금이나 세라믹으로 보철해준다.

8.치아의 잇몸 가까운 부위가 파였다면 레진(합성수지)으로 메워준다.

9.비상적인 턱뼈의 성장과 턱관절 부정교합은 구강골격을 분석해본다.

10.영구치가 노쇠해 사망했다면 제3의 영구치인 임플란트를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