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로비설'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들이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출석을 미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까지 중수부에 체포되거나 소환된 인물은 송은복 전 김해시장, 이정복 전 열린우리당 후보,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 등 모두 6명이다.

이 중 현역 의원인 이 의원만 검찰의 출석 요구에 따라 자진 출석했고 나머지 전직 정관계 인사 5명은 사전예고 없이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회기 중 불체포 특권' 때문에 현역 국회의원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현역 의원 2∼3명을 이번 주 초반 우선 조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사 관계자는 "의원을 불러오려 해도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해 이들이 여러 이유를 들어 출석 시기를 미루면서 임시국회가 개회할 때까지 `시간벌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데다 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에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될 가능성이 커 최소 서너 번은 소환통보를 하면서 자진출석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것.
중수부는 일단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거나 증거 및 정황이 어느 정도 확보된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소환 일정을 조율하며 출석을 압박한 뒤 안되면 4월 임시국회 종료 후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증권가 등에서 떠돌던 `박연차 리스트'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인물들이 검찰에 잇따라 불려오면서 검찰이 수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수사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서서히 입을 열고 있는데다가 검찰이 전직 정치인에 대해서는 미리 소환통보를 하지 않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검찰이 들이닥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박 회장의 도움(?)을 받은 정치인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