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냐, 잠재력과인성(人性)이냐.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기업과 기관에서 학벌과 토익점수 같은 스펙을 인재 선발의 우선 기준으로 삼아온듯 하다. 많 은대기업의 경우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1차관문인 서류전형 조차 통과하기어려운수가 많다고 하는것 만 봐도 그렇다.

스펙위주의 채용이 이뤄져온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출신학교와 학점같은 외형적 조건은 판별이 쉽고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잠재력과 인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측정하기 어렵고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채용관행도 이제 달라질 모양이다.

현대모비스가 신입사원 선발 시스펙보다 도전과 봉사 정신 같은 적극성과 인성에 점수를 더 줬다는 것이다. 결과는 출신 대학의 다양화와 함께 ‘조화(Harmony)ㆍ투지(Hustle)ㆍ인간미(Humanity)’의 3H형 인재가 뽑힌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준변경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위기상황 일수록 구성원과의 조화,도전정신,주변을 포용할 인간미를 갖춘사람이 요구된다”는게 그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엔 복합적요인이 있는법. 스펙보다 3H를 중시하게 된데는 위기말고도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의 재정립이라는 요소가 작용했을지 모른다. 기껏 뽑아놓으면 27.9%가 1년안에 그만 두고, 1년을 넘겨도
툭하면 딴데로 옮길 궁리를 하는통에 기업의 92%(중소기업 94.1%,대기업 89.6%)가 핵심인재 이탈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마당이다. 서울대 졸업생은 ‘팀협동 과제수행능력’과 ‘인간관계’같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있다.

조직을 망치는 불량직원의 7가지유형으로 ‘항상불만형,임시체류형,유아독존형,마찰회피형,좌충우돌형,무임승차형,홈런타자형’을 제시하고 이들을 그대로 두면 구성원의 사기 저하 및 조직력 붕괴로 이어진다는 분석(LG경제연구원) 또한 기존 선발관행을 재고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조화ㆍ투지ㆍ인간미는 취업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요건이다.

'CEO로 가는 7가지법칙’ 이란 것도 들여다 보면 3H의 실천방안에 다름 아니다. ‘배우는자에게 미래가 있다. 안주하지 말고 항상 도전하라. 일자체에 충실하라. 꿈 꾸는자 이루리라.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한 우물을 파라. 궂은자리를 마다 하지 마라’.

박성희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