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38)의 여죄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이 5년 전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과의 연관성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경기경찰청 제2청에 따르면 서남부 연쇄살인사건과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을 대조하기 위해 수사자료를 지난 1일 경기청 수사본부에 넘겼다.

경찰은 그러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시신을 매장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성인이 아닌 여중생이라는 점 등 범행 수법상 차이를 보이고 있어 두 사건의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천 여중생 사건 = 2004년 2월 8일 포천시 소홀읍의 한 배수로에서 엄모(당시 15세.중학교 2년) 양이 집에서 6㎞ 떨어진 포천시 소흘읍 배수로에서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엄 양의 시신은 지름 60㎝, 길이 7.6m의 콘크리트 배수관 안에 반듯이 누운 상태로 얼굴에서 가슴까지 훼손이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경찰은 몸에 있는 화상자국과 수술자국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시신에 결박이나 목졸림 등 외상흔적은 없었으나 평소 엄 양이 매니큐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특이하게 손톱과 발톱 모두에 붉은색 매니큐어가 조잡하게 칠해져 있었다.

앞서 엄양은 2003년 11월 5일 오후 6시20분께 수업을 마친 뒤 어머니에게 "곧 집에 들어간다"는 휴대전화를 한 뒤 학교에서 10분 거리인 집으로 가다 실종됐다.

실종 23일만인 11월 28일 집에서 7.4㎞ 떨어진 의정부시 자일동과 낙양동, 민락동 일대에서 엄 양의 가방과 양말, 교복 넥타이, 노트, 털실장갑 등의 유류품이 발견됐다.

당시 경기청과 포천경찰서는 엄 양의 시신이 발견되자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동안 수사 진행은 = 경찰은 당시 6개월 넘게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현재까지 사인을 밝히지 못하는 등 5년째 미제로 남아있다.

당시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질식사로 추정되나 목 부위가 심하게 훼손돼 목졸린 흔적이 있는지 감정이 안되는 등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목격자 수사, 광범위한 현장 주변 탐문수사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엄 양이 실종 당시 입었던 교복 등 의류도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를 담당했던 경기청 관계자는 "사인조차 밝혀내지 못한 사건으로 유족과 피해자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경기북부에서 유일하게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연쇄살인사건과 연관성 낮아 = 당시 엄 양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과 현재 강호순의 여죄를 수사하고 있는 경기청 모두 두 사건의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이같이 판단하는 이유는 강호순의 경우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했지만 포천 사건은 피해자가 여중생이라는 점, 시신을 매장하지 않은 점, 손톱 등에 조잡하게 매니큐어를 칠한 점, 지리적으로 강호순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명균 경기청 강력계장은 "연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아직까지 두 사건을 연결할 만한 단서는 없다"고 말했다.

2004년 포천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낸 경기청 제2청 김정선 수사1계장도 "법행수법으로 볼 때 두 사건을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그렇지만 전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말했다.

만일 경찰이 두 사건을 서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포천 여중생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포천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wy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