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365일이니 올해는 365대를 팔 작정입니다. 작년에 300대를 팔았더니 지인들이 공휴일만 빼고 하루 한대씩 판 셈이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잘했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지만,저는 오히려 오기가 생겼습니다. "

최진성 현대자동차 혜화지점 차장(43)은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뜸 올해 판매 목표부터 소개했다. 최 차장은 지난 주말 우수 판매사원을 포상하기 위해 현대차가 개최한 '탑 클래스 전진대회'에서 작년 판매 1위 직원에게 주어지는 '판매왕'을 차지했다. 2001년 이후 8년 연속 내리 현대차 판매왕을 수상한 것이다.

최 차장은 "올해는 경기 침체로 차 판매가 작년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많이 하지만 외부 환경은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작년보다 목표를 20~30% 크게 잡고 더 열심히 영업을 하면 올해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영업에선 외부 환경보다 내 맘 속의 열정이 사라지는 게 더 무서운 적"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1996년 말 현대차에 입사해 올해까지 13년째 영업전선을 지키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판매한 차는 2500여대.매년 200대 넘게 팔아온 셈이다. 8년째 판매왕에 오르다 보니 그는 이제 현대차에서는 유명 인물이다.

차별화한 영업 방식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 오래다. 최 차장은 현대차 입사 직후부터 조끼와 리어카를 구입해 '움직이는 광고판'을 만들어 영업을 시작했다. 나이트클럽 웨이터들이 많이 쓰는 영업 방식이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밤무대 가수들이 입는 일명 '반짝이 옷'에서부터 한동안 히트를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마빡이' 가발,결혼식 때나 입는 연미복 차림을 하고 다닌 적도 있다. 하지만 최씨는 "너무 튄다는 지적이 있어 몇 년 전부터는 나비 넥타이만 매고 다닌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고객을 대할 때마다 한 가지 원칙은 분명히 지킨다. 바로 '진실'이다. 그가 입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영업대통령 최진실'이란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다. 최 차장은 "의사 고객을 만나면 의사 입장에서,시장 상인 고객을 만나면 상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마음을 열어 진실하게 대하면 나중에는 신뢰가 쌓여 고객들이 먼저 도움을 준다"고 했다. 지난해 자신이 세웠던 '300대 이상' 판매 목표를 달성한 것도 연말에 고객들이 먼저 전화를 해 차를 구매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