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페셜] 불황속 소자본 프랜차이즈 전성시대

서울 영등포역 앞 먹자골목에서 20년간 개인 호프집을 운영하던 김영철씨(52)는 최근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전환했다.

장사에는 프로라고 자부해 왔지만 해마다 매출이 떨어지고 주변에 프랜차이즈 형태의 경쟁점들이 생기면서 버티기 힘들었던 것.

김씨는 "경쟁점 점주와 종업원들이 본사에서 교육받은 대로 서비스하고 본사는 분기별로 메뉴를 업그레이드하는 바람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개인 자영업자들이 점포 형태를 독립형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개인 독립형 점포 일색이던 미용실을 비롯해 포장마차식 초밥·횟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토요 스페셜] 불황속 소자본 프랜차이즈 전성시대



◆불황속 소자본·무점포 프랜차이즈 속속 등장

내수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최근 소자본·무점포 형태의 프랜차이즈 아이템이 쏟아지고 있다.

무점포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에코미스트'는 사무실,점포 등의 악취를 없애는 향기 제품을 달아주고 리필하는 데서 나아가 실내공기를 청정하게 해주는 아이템 등을 보강,친환경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맥과이어'라는 브랜드는 자동차 흠집을 제거하고 복원하는 데 더해 외장 광택과 자동차 실내 광촉매 코팅,시트 세균 제거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아이템의 진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최근 외식 창업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삼겹살 프랜차이즈 시장은 3,4년 전 솥뚜껑,돌판,세라믹,황금 불판 등 불판을 차별화 포인트로 한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요즘엔 1인분 3000원대의 가격을 매긴 저가형 삼겹살 브랜드와 생삼겹살 브랜드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호프집과 소주집을 양대 축으로 하는 주점 시장에도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도입되면서 술과 안주,인테리어가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중 주점의 주 고객이 20대로 바뀌면서 퓨전 주점이 나타나기 시작,안주류에도 돈가스 그라탕 등이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복고풍 바람을 타고 막걸리 체인점들이 20여개나 생겨났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가지는 모던 레트로 바람이 막걸리 프랜차이즈 바람을 일으킨 배경"이라며 "막걸리 체인점은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손님도 1인당 5000~6000원에 술자리를 즐길 수 있어 불황기에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주점 프랜차이즈 시장의 진화 속도가 너무 빨라 막걸리도 단기간의 유행 아이템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업그레이드…영세 자영업자들은 입지 좁아져

[토요 스페셜] 불황속 소자본 프랜차이즈 전성시대

이처럼 외식,판매,서비스업 등 다양한 사업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가지를 치면서 소비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업그레이드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프랜차이즈화한 점포들은 독립 점포에 비해 본사를 통한 원·부자재 대량 조달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 가격을 낮출 수 있고,표준화한 매뉴얼로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확산은 영세한 독립 자영업자들에게는 '시련'일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퉁겨져 나왔거나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계수단으로 영세한 점포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자본력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프랜차이즈 점포들의 잇따른 등장은 생존의 위협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들이 불가피하게 프랜차이즈 네트워크로 '투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부작용이 없지 않다.

자영업자들의 호주머니만을 노리는 엉터리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가맹사업거래법에 따라 창업자가 본부의 정보 공개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만큼 가맹 계약 전에 본부 실태를 꼼꼼이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창업자들이 유행에 치우친 아이템에 몰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4년 전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을 주도했던 찜닭,불닭 열풍이 2년도 못가 시들해진 사례가 있는 만큼 창업자들은 오래 갈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는 "프랜차이즈 아이템이 다양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창업자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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