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계한 손기정옹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당시 월계관을 쓰고 시상대에 올라 웃고 있는 장면은 다큐멘터리 성격이 전혀 없는 연출사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손옹의 자료수집가인 강형구(화가)씨는 21일 "무표정한 얼굴의 실제 시상식 장면과 어색하게 웃고 있는 가짜 '시상식' 모습을 비교하면 후자가 연출한 사진이라는사실이 금방 드러난다"면서 "웃고 있는 사진은 올림픽 시상식 며칠 후 사진작가가 연출해 만든 인위적 장면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제작자로 올림픽 기록사진제작을 맡았던 레니 리펜슈탈(현재 100세로 생존)이 시상식 며칠 뒤 마라톤 때 입었던 유니폼을손 선수에게 다시 입혀 포즈를 취하게 한 다음 그의 사진을 촬영했다. 강씨는 그 근거로 시상식 때의 유니폼과 연출 때의 유니폼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시상식 유니폼은 아무 문양이 없는 긴 소매의 옷이나 연출 때의 유니폼은 어깨 부분에 비스듬한 사선이 있는 소매없는 옷이라는 것. 연출 사진의 유니폼은 실제 경기 때 입은 것이다. 리펜슈탈이 손 선수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기록사진을 경기 후에 별도로 찍었다는 사실은 그의 사진집에서도 확인된다. 강씨는 "리펜슈탈이 기록사진을 제작하기 위해 손 선수를 불러내어 '세팅'시킨뒤 촬영한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이 가져야 할 현장성과 사실성, 공식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그럼에도 이것이 마치 실제사진인 것처럼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댄서와 여배우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리펜슈탈은 나치체제 홍보영화 '의지의 승리'(1934년)와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 `민족의 제전 올림피아'(1938년)를 제작한 사람으로 유명하며 노년에는 수중촬영 등으로 왕성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이같이 잘못된 내용이 언론보도는 물론 1996년 손옹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제패 60주년 때 발간된 사진집 「겨레와 함께 뛰었다 손기정, 그 힘찬 발걸음」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책의 경기장면 사진 중에도 손옹이 아닌 다른 선수의 역주모습을 마치 손옹의 장면인 것처럼 게재하고 있다"면서 "이런 실수는 선수의 유니폼 번호만확인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데 정작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