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몰고온 강풍과 집중호우로 경부고속도로의 암반 절개사면까지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는 고속도로 개통 후 풍화작용이 진행되면서 암반이 사암(砂岩)화된 때문으로 파악돼 경부고속도로 암반 절개지에 대한 진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경부고속도로 경북 영천 부근 암반 절개사면이 붕괴되며 낙석 등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해 상행선이 14시간 불통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암반이 비와 바람에 노출되면서 풍화작용이 이뤄져 사암화됐고 나무들이 암반에 뿌리를 내리며 틈새를 만든 것이 붕괴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암반 절개사면은 붕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돼 정밀 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정기 안전진단 때 영천 부근은 지반은 안정된 것으로 나왔지만 엄청난 양의 물을 흡수한 지반이 제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고 설명해 이같은 시각을 방증했다. 전문가들은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1969년 개통 이래 풍화작용이 30년 이상 진행된 만큼 암반 절개사면 전반에 대한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병옥 한국도로공사 도로연구소 박사는 "절개 암반은 비·바람에 노출돼 강도가 약해지거나 점토층이 생겨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